美 "수입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韓 "WTO 제소"…통상전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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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수입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예상보다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우리 정부와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통상 당국은 즉각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통상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정부는 22일(현지시간) 수입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확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승인했다.

미국은 수입산 가정용 세탁기에 저율관세할당(TRQ) 기준을 120만대로 설정했다. 첫해에는 120만대 이하 수입 물량에 20%,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50% 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2년 차에 120만대까지는 18%, 120만대 초과 물량에는 45%를 각각 부과한다. 3년 차에는 각각 16%와 40% 관세를 매긴다.

한국 등에서 수입한 태양광 제품에는 2.5GW 기준으로 1년 차 30%,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 15% 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당초 TRQ 물량에 무관세를 기대해 온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미국 현지 세탁기 공장 가동을 앞당기는 등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수익 악화, 판매 감소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우리 정부는 미국 조치에 강력 반발했다. 통상 당국은 즉각 'WTO 제소'로 맞대응에 나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도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통상 당국이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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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일 미국 정부가 수입 세탁기 및 태양광 제품 대상으로 확정한 세이프가드와 관련해 “부당한 조치는 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날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민관대책회의에서 “정부는 국익 수호를 위해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면서 “이런 취지에서 WTO 협정상 보장된 권리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의지를 내보였다.

김 본부장은 “정부와 업계는 그동안 세이프가드 문제점과 부당함을 다양한 채널로 미국에 적극 제기했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국제 규범보다 국내 정치 상황 고려를 우선시한 조치를 결국 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WTO 협정상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려면 △급격한 수입 증가 △국내 산업의 심각한 피해 △급격한 수입 증가와 심각한 산업 피해 간 인과관계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세이프가드는 이런 발동 요건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다”면서 “우리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해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데도 우리 투자 기업에 불이익을 가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태양광 제품 세이프가드도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 태양광 산업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풍력, 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과의 경쟁 격화와 경영 실패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결과”라면서 “이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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