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승을 부린 미세먼지 탓에 온나라가 들썩였다. 거리에 '마스크맨'이 넘쳐나고 희뿌연 하늘에 보는 눈마저 매웠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사상 초유의 '대중교통 무료' 카드를 빼들었다. 차량 2부제도 실시했다. 정책 효과를 떠나 미세먼지 파동의 심각성을 방증하는 사건이다.
올 겨울 미세먼지의 특징은 이른바 '삼한사미'다. 한파 뒤 고농도 미세먼지가 몰려온다는 뜻이다. 이번 미세먼지 역시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위 직후 기승을 부렸다. 기온이 영상권을 회복하자 미세먼지가 기다렸다는 듯 뿌옇게 올라왔다. 국내·외 오염물질과 겨울철 기상 환경이 복합적으로 미세먼지 파동을 불러왔다는 걸 뜻한다.
우리나라는 겨울철 북서풍과 편서풍의 영향을 주로 받는다. 이 바람은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불어온다. 중국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더 잘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다. 편서풍도 국외 미세먼지를 몰고 오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따뜻한 겨울날'이 미세먼지 농도를 더 높였다는 분석이다.
한파 직후 따뜻한 날에는 남쪽의 이동성 고기압이 상대적으로 확대된다. 북쪽에서 내려온 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온 공기가 서로 맞붙는다. 대기의 이동성이 줄어든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에 그대로 머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기압계 변화가 미세먼지의 '수평 이동'을 막는다면, 겨울철 특유의 대기 순환은 '수직 분산'도 막는다. 원래 대기는 대류를 반복한다.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오고,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 현상이다. 보통은 고도가 높을수록 기온이 낮다. 따라서 윗 공기가 아래로, 아래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대류 현상이 활발하다.
겨울철에는 '역전층 현상'이 나타난다. 높은 고도의 공기가 오히려 더 따뜻해지는 현상이다. 위쪽에 위치해야 할 따뜻한 공기가 이미 제자리에 있기 때문에, 대류가 일어나지 않는다. 위·아래 방향의 대기 순환이 막힌다. 이렇게 되면 지표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분산되지 못하고 머문다.
겨울철 미세먼지는 '질'도 나쁘다. 일반 미세먼지보다 더 입자가 작아 치명적인 초미세먼지(PM 2.5)가 기승을 부린다. 초미세먼지는 몸 속에 더 잘 침투하는 것은 물론 더 다양한 유해물질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겨울(2016년 12월~2017년 1월) 발령된 미세먼지 주의보 99건 중 65건이 초미세먼지 주의보였다.
초미세먼지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성분을 다량 함유한다. 초미세먼지는 자동차, 공장, 발전소 배기가스가 주범으로 지목된다. 이들 배기가스가 대기 성분과 만나 초미세먼지로 변하거나 VOC 농도를 증가시킨다. 겨울에는 VOC가 더 안정된 상태로 존재한다. VOC가 휘발돼 날아가기 어려운 대기 환경 때문이다. 같은 양의 배기가스가 나와도 질 나쁜 초미세먼지가 더 많이 생긴다.
미세먼지·초미세먼지의 성분 별·용량 별 유해성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과거 대기 오염 주범이었던 황사와는 근본부터 다르다. 황사는 말 그대로 모래일 뿐이지만, 미세먼지는 지름이 10㎛이하다. 황사 입자는 일반적으로 지름이 70㎛ 내외다.
미세먼지는 육안상 심각한 안개를 발생시키지 않지만, 기관지를 거쳐 폐까지 흡착된다. 입자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혈관까지 침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승운 고대구로병원 교수팀은 최근 미세먼지가 협심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협심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겨 돌연사 위험을 높인다.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6430명을 대상으로 대기오염 노출 시간과 관상동맥 질환 발병 위험도의 상관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미세먼지농도가 72시간 평균 85㎍/㎥인 대기환경지수 '나쁨'일 경우 '좋음' 수준보다 협심증 위험이 25% 높았다.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20㎍/㎥씩 증가할 때마다 협심증 발병 위험은 4%씩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