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Healing)'이라는 단어는 대중에게 매우 익숙하다. 음악이나 영화 등 문화영역에서부터 아파트·빌라 등의 주거공간, 심지어는 지역소개 등에 이르기까지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곳곳에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한때 '잘 먹고 잘 산다'라는 의미의 '웰빙(Well-Being)'을 대체하며 등장한 '힐링'은 과연 어떤 것이며, 왜 주목받고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을까? 이번 주 '컬처 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힐링'의 다양한 측면을 확인해본다.
◇나날이 커지는 '마음의 상처', '힐링' 확대로 나타나다
'힐링(Healing)'은 '치유하다'라는 뜻의 영문 동사 'Heal'에서 유래된 명사로 '치료 또는 치유'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모바일·PC게임 속에서 다친 캐릭터 상처를 치료하는 '힐러(Healer)' 캐릭터처럼 질병이나 신체훼손 등의 손상을 복구한다는 '치료'의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치료'라는 본래의미보다는 '손상회복을 통한 안정감 제공'을 뜻하는 '치유'로까지 확대된 의미로 널리 쓰인다. 일례로 힐링여행·힐링음악·힐링체험 등 다양한 활동이나 주제에 힐링을 결합함으로써, 손상회복뿐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하게 암시한다.
이처럼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심적 요소까지 의미를 확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사회와 인간관계 구조의 급진적인 변화가 인간 내면심리의 손상을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현대사회는 IT와 과학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산업구조와 사회관계는 물론 인간 내면에도 급진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가상공간에 기반을 둔 인간관계와 활동은 최근 들어서 사회 구심점 중 하나로 격상될 정도로 본격화되며, 국가 전체는 물론 일반 개인에게까지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 가상공간 속 활동은 보다 포괄적이고 다양한 영역에서 자유롭고 활발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그 이면에 타인과 사회에 대한 실질적인 만남의 기회를 줄임으로써 상호 이해와 내면치유의 기회를 상실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각각의 사회구성원들이 스스로의 감정을 무분별하게 강요하면서 일반대중의 내면심리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기도 한다.
최근 살인·납치 등의 강력범죄나 자살 등의 갖가지 사회이슈는 물론, 과거 좋지 않은 시각으로 비춰지던 신경정신과 치료 등을 일상적으로 바라보는 등의 모습은 이런 현대인의 내면심리 손상의 극단을 보여주는 예시로서, 단순한 손상회복이 아닌 내면심리 치유까지로 '힐링'의 영역과 범위를 확대하면서 안정감 있는 사회를 유도해야한다는 필요성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힐링'의 의미와 활용이 심적 요인까지 담아내는 것으로 변화한 것은 현대인들이 겪는 내면심리의 손상을 회복해 안정감 있는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내면손상의 현대인, '힐링 만물상의 시대' 만들다
IT와 과학기술을 토대로 한 지속적인 발전으로 만들어진 현대사회는 그 이면에 다양한 사람들의 내면손상을 내포하고 있으며, 발전 속도와 강도에 따라 그 손상정도나 종류 측면에서 여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힐링' 방법도 각양각색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특히 전통적인 힐링 방법인 여행이나 등산·낚시 등은 물론 과거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특별한 경험과 체험, 치료적 차원을 넘어선 일상적인 상담 등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것이 문화의 다양성 확대 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먼저 전통적인 힐링 방법으로 꼽히는 여행·등산·낚시 등은 IT를 기반으로 좀 더 세분화된 모습으로 대중 곁에 남아있다. 과거 정해진 코스 또는 유명지 위주로 펼쳐졌던 여행과 등산, 낚시 등은 IT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맞춤 패키지로 구성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며 개인에 맞는 힐링 방법으로 다가서는 것은 물론, 동영상이나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영상기술로 현장에 있지 않고서도 힐링 체험을 할 수 있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
또 다른 전통적 힐링 방법인 음악·영화·공연 등 예술 감상도 마찬가지다. 일률적인 형태의 무대나 음악, 영상물 등으로 접할 수 있었던 공연예술은 다양한 무대 공간 확보로 힐링의 기회를 더욱 넓혔으며, 대중들의 취향에 맞춰 장르나 형태적인 측면에 있어서 여러 형태로 분화 발전해 활기를 띠고 있다. 이것이 더 나아가 문화의 다양성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보다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대중의 마음과 IT 특유의 가상영역에 대한 피로가 겹쳐지면서, 이를 직접적인 경험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며 다양한 코드의 체험형 힐링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회화·공예·연주 등 감성 자체를 치유하는 정적인 영역부터 댄스·필라테스·퍼스널트레이닝·스포츠 등 동적인 영역까지 폭넓게 등장하고 있는 체험형 힐링은 IT를 근간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된 요즘 들어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체험형 힐링 분야의 확대는 대중의 수요증가 차원을 넘어서 대기업 진출은 물론 소규모 청년창업 및 프랜차이즈 발굴 등 신 산업으로까지 나타나며, IT기술만큼 더욱 발전할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다.
최근 플레이트 소품디자인 강좌 중심의 숍을 열었다는 청년창업자 홍단비 플레뜨 대표는 “감성 가득한 소품을 보기도 하고,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면서 성인과 유소년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창업을 결심했다”며 “앞으로 디자인공예뿐만 아니라 대중의 감성을 힐링 할 수 있는 산업들이 다양한 형태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IT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파생되고 있는 힐링 관련 산업에 대한 의미의 정립과 함께 지원 정책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적인 심리상담 분야도 '치유'로서의 성격을 더해 일상생활로 접근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정신 및 심리적인 영역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를 담당한다는 점 때문에 일상에서 꺼려지던 심리상담 분야는 사회발전에 따른 개인화 심화와 가상화의 피로감에 지친 대중에게 치유의 성격으로 접근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관계설정의 장으로서 자리매김하면서 활성화되는 모습을 띠고 있다.
전체적으로 최근 힐링 영역은 다양한 내면손상을 겪고 있는 대중을 치유하기 위해 갖가지 형태로 출현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치료'를 넘어 '치유'로서 새로운 산업군으로까지 발전할 만큼 활성화단계에 이르고 있다.
고민정 재미있는 재단 이사장은 “전통사회나 산업화 단계의 사회에서는 개인 내면보다 국가·사회적인 성장과 경제력 등이 우선시 되면서, 힐링 분야도 개인의 영역으로만 치부되는 수준에 그쳤다”며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현대인들에게는 경제력만큼이나 개인 내면과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심리손상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이를 치유하는 힐링 분야도 산업수준으로까지 다다르고 있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또 “대다수의 사람들이나 전문가들이 IT기술 발전에 집중하면서, 지원이 필요한 유망산업 분야에도 IT연계 산업들을 꼽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IT발전을 누릴 대중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분야로서 힐링 분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