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소규모 투자로 가능한 콘텐츠부터 시작해 원소스멀티유즈(OSMU)를 가능케 하는 크로스미디어 콘텐츠 투자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형철 서울산업진흥원 대표(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콘텐츠 미래융합포럼 창립 및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주 대표는 최근 극장가에서 흥행한 '신과 함께'를 예로 들었다. 소규모 투자로 가능한 웹툰과 웹소설로 시장성을 확인하고 빅데이터를 확보한다. 이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게임, 영화, 애니매이션, 드라마 등으로 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산업이 4차 산업혁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신산업이 아닌 성장산업으로 위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주 대표는 “콘텐츠산업은 4차 산업시대 좋은 일자리 대표가 될 것”이라면서 “신산업에서 성장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110조4000억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매출 합과 맞먹는다. 지난해 대비 4.5% 성장했다.
주 대표는 콘텐츠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여가시간 증가, 자율주행자동차 등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를 즐기려는 사람이 늘 것”이라면서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분야에서 양질 일자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해 △창작자 판로와 투자유치 장터 △이종 콘텐츠 소싱 장터 △우수콘텐츠 선정과 브랜드 인증 △불법복제 방지 △결제·거래 룰 △오픈 API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주 대표는“공공자금이 콘텐츠 구매, 투자, 지원에 집중하면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럼은 최종 사용자가 상품개발에 참여하는 리빙랩을 주목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단장은 덴마크와 스웨덴 리빙랩을 사례로 소개했다. 리빙랩은 최종사용자를 혁신 주체로 참여시키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사용자 주도형, 개방형 혁신 모델로 불린다.
송 단장에 따르면 덴마크 에그몬트 리빙랩은 장애인 생활을 돕는 보조기술 영역에서 장애학생을 참여시켜 전통 휠체어에 게임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조이스틱을 부탁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휠체어 제조회사 아벤토프(Aabentoft)는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시험했다. 이 과정에서 인류학자가 참여해 장애학생이 어떻게 게임을 즐기는지 관찰하고 제품개선 활동을 수행했다.
스웨덴 유비고 리빙랩은 예테보리 지역에서 2013년 6개월 동안 70여가구 2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중교통, 차량공유, 택시, 자전거 시스템을 하나의 앱과 청구서로 통일했다. 송 단장은 “콘텐츠 생태계도 리빙랩 사용자 참여, 플랫폼, 디지털 혁신 사례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게임업계 7대 대기업 고용조사에서 인문 예체능 전공자가 42.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성공사례가 늘어날수록 청년들이 콘텐츠 산업에 많이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미래융합 포럼에는 공동대표로 신경민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세연 의원(자유한국당),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 김경진 의원(국민의당), 위정현 중앙대 교수(포럼 의장)이 참여한다.
김시소 게임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