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정부가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고 엘 우니베르소 등 현지언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 에콰도르 외교부 장관은 이날 수도 키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호주 출신 어산지가 자진해서 작년 12월 12일에 에콰도르 국민으로 귀화했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지난해 9월 16일 귀화 신청을 했다. 전날 트위터에 에콰도르 축구 국가대표팀 셔츠를 입고 촬영한 사진을 게재해 자신의 귀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에스피노사 장관은 “우리는 영국 정부와 어산지 문제를 풀기 위해 품위 있는 해법을 모색해왔다”면서 “어산지가 시민권을 획득한 이후 영국 정부에 어산지에 대한 외교관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최근 영국에 머무는 어산지에게 외교관 지위를 부여해달라는 에콰도르 정부 요청을 거부했다. 어산지는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2011년 체포 영장이 발부되자 혐의를 부인했다. 2012년 6월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해 6년째 생활해 오고 있다.
스웨덴 당국은 작년 5월 어산지 성폭행 혐의에 대한 예비 수사를 중단하고 수배를 철회했으나, 영국 경찰은 그가 대사관에서 나올 경우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일 그렇게 될 경우 그는 미국으로 추방돼 2010년 위키리크스를 통해 미국 군 관련 극비 문건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고 법정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어산지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에 불리한 해킹문건들을 집중적으로 유포했다. 러시아에 포섭돼 대선개입 공작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