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일자리를 컴퓨터나 로봇 등으로 자동화하는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력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는 4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서 특정 직업의 자동화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학계에서 사용되는 '틀에 박힌 업무 정도(RTI)'를 활용해 2015년에 최저임금을 받은 직업군과 2020년에 최저임금을 받을 직업군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2020년에 최저임금을 받을 직업군은 2015년에 최저임금을 받은 직업군보다 자동화 가능성이 가장 큰 RTI 지표상 상위 10%에 포함될 확률이 2배나 높게 나왔다. 리셉션리스트나 소매점 캐셔 같은 직업들이 RTI 지표상 상위 10%에 자리한다.
IFS는 2015년과 2016년에 이뤄진 최저임금 인상이 이런 격차의 대부분을 초래했다는 점이 주목된다면서 지난 2년간의 최저임금 상승이 최저임금을 받는 직업군의 자동화 지표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2020년에 최저임금을 받을 일자리들은 2015년에 최저임금을 받은 일자리들과는 다른 종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에 최저임금을 받은 이들의 다수는 손님 접객업 종사자 같은 개인 서비스 업종이었고 이런 직업은 자동화로 대체하는 게 쉽지 않았던 반면 2020년에 최저임금을 받을 일자리들은 상대적으로 자동화가 쉬운 직군에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IFS 이코노미스트 아그네스 노리스 케일러는 “2015년 6.70파운드의 최저임금이 전체 고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2020년에 최저임금이 8.56파운드가 적용될 때도 똑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점을 뜻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수준을 넘기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그 수준이 어디일지는 모른다. 최저임금 인상이 자동화가 더 용이한 것처럼 보이는 직업군에 점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사실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영향을 아주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