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가상화폐 투기 금지령이 내렸다.
정부가 가상화폐 투기 근절 대책을 내자 대형 은행 중심으로 행원의 투기를 막기 위한 자체 단속에 나섰다. 일부 행원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에 나서는 등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긴급 조치다. 특히 돈을 다루는 은행원이 가상화폐 투자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어 우려가 커지던 상황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전국 지점에 가상화폐 투기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중순 경 공문을 통해 “직원은 개인적 손실 및 사고 개연성이 높은 투기행위를 금지해 주시고 소속장께서는 직원의 가상화폐 등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투기로 인한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과 교육을 강화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을 전국에 전달했다. 우리은행의 가상화폐 투기 금지 방침이 내려지면서 타은행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KB국민은행도 두차례에 걸쳐 가상화폐 투기 관련 당부 지침을 내리고 정부의 대책에 적극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국민은행은 공문을 통해 “가상화폐 시장은 아직 완전하지 않고, 시세조작 방지 등을 위한 규율이 적용되지 않으며 투기적 요소가 강해 국내시장 이용자가 막대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각 부점장께서는 직원의 무분별한 가상화폐 투자는 자칫 금융사고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소속 직원에 대한 지도 및 교육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최근 가상화폐 거래량 증가에 따라 외국환 거래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한 소지가 있는 해외 송금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당발송금 유의사항'도 지침을 통해 전파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초 가상화폐(비트코인 등) 매매 자금 송금 시 유의사항을 각 지점에 전달하고 금융 사고 대비에 나섰다.
최근 하나은행은 천안 모 지점 직원이 은행 자금 13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내부 감사를 통해 적발하고 이 사안을 경찰에 고발했다. 해당 직원이 가상화폐 투자를 위해 횡령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내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회사가 이를 규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여론도 있다. 그럼에도 돈을 취급하는 은행 직원이 시세차익을 위해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직원 대상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제한하는 지침이 내려오자 다른 은행도 자체 규율 마련 등 여러 규제안을 검토 중”이라며 “공무원 뿐 아니라 금융권, 학생에 이르기까지 다단계 등 금융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많아 돈 취급자의 윤리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