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사이언스 논문 게재···"인류에 도움주는 연구 하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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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서울대 박사후 연구원이 분당 SK텔레콤 퀀텀테크랩에서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사후 과정으로 퀀텀테크랩에서 양자기술을 연구 중인 그는 "도전하다보면 언젠가 원하는 수준의 기술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경기 분당 SK텔레콤 퀀텀테크랩에서 만난 김준기 서울대 박사후 연구원은 앳된 얼굴과 달리 가슴 속에 큰 포부를 품고 있었다. 그는 안경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지도로 '단일 원자 초방사 현상' 논문을 미국 과학 권위지 '사이언스'에 게재하는 데 성공했다. 제1저자 자격이다.

김 연구원은 실험을 주도해 '단일 원자 초방사 현상'을 세계 최초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초방사란 원자가 빛을 세게 뿜어내는 현상이다. 1954년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디키가 제안한 이론에 따르면 '원자 밀집상태'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단일 원자에서도 초방사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처음 규명했다. 기존 이론을 실험으로 뒤집은 것이다.

실험 결과는 고효율 레이저 제작에 쓰임새가 크다. 레이저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일정하게 공급해야 발진이 일어나는데, 이때 필요한 최저 에너지를 '발진 문턱'이라고 부른다. 단일 원자 초방사 현상은 발진 문턱을 없애 낮은 에너지로도 레이저 발진을 가능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양자중첩상태를 활용한 것이라 고효율 양자정보처리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암호통신이나 양자컴퓨터에 응용이 가능하다.

실험 내용을 담은 논문은 지난달 21일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퍼스트 릴리스' 형태로 실렸다. 이달 초 사이언스 본지 지면에 정식 게재된다.

김 연구원은 “실험 성공까지 4년 정도 걸렸다”면서 “(사이언스 게재로) 인정받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1988년생인 김 연구원은 현재 만 스물아홉에 불과하다. 평생 연구해도 한 번 하기 힘들다는 사이언스 논문 게재를 20대에 해낸 것이다. 한국 국적으로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은 연간 20편을 넘지 않는다. 더욱이 논문을 지도한 교신저자와 실험을 주도한 제1저자가 한국인인 경우는 10편도 안 된다. 김 연구원은 200나노 크기 미세구멍을 뚫는 등 실험 도구를 제작했다. 한 번도 해외에서 공부한 적이 없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김 연구원은 담담했다. 그의 눈은 연구실에서 배운 이론을 인류를 위해 이롭게 쓰는 데로 향했다. 김 연구원은 SK텔레콤 퀀텀테크랩에서 박사후 과정을 하며 이온트랩 방식 양자중계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론과 실험으로만 배우던 양자역학을 현실에 구현해보고 싶어서다. 그는 양자기술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행착오를 견딘다면 생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김 연구원은 “단번에 되는 것은 없기 때문에 단계를 밟아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언젠가는 양자 상용기술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양자기술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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