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는 공존 가능한가

최근 정부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8차 전력계획은 원전을 줄이는 데에만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 정책 추진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탈원전추진계획'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대략 다음 세 가지 정도를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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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순 조선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첫 번째 문제점은 다른 관련법을 무시하는 계획으로, 법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지는 법원 판결을 앞두고 삼권분립의 기본을 무시하는 결정이다.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에 대한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가 신규 원전 건설 중단과 노후 원전 계속 운전 중단을 공식 결정한 바가 없다.

두 번째 문제점은 계획에 사용한 가정의 비현실성과 자료 왜곡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정부가 가정한 경제성장률 2.4%는 올해 경제성장률의 수정 목표인 3.0%에도 못 미친다. 전 세계로 볼 때 글로벌 장기 성장률 평균은 3.5% 수준이었다.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경제성장률은 적어도 3.0%는 돼야 함에도 2.4%로 가정했다. 이미 실질 경제 성장을 포기하거나 탈원전 정책에 해당하는 원자력발전 분을 제외하기 위한 수치로 보일 수 있다.

전기자동차 보급과 4차 산업혁명 이행에 따른 추가 전기 수요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이 정부의 역점 사업이라고 주장하는 정책과의 불일치를 보여 준다. 계획의 최대 전력 수요 전망치를 낮추기 위해 심지어 올 겨울 피크치도 관리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우려도 있다.

세 번째 문제점은 계획 달성의 실현성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20%로 하면서 전력예비율은 현재와 같은 23% 수준으로 목표를 정했다. 신재생에너지의 계통 병입에 따른 간헐성과 변동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수요 관리, 즉 절약으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계획이 아닌 선언에 불과하다.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당초 공약과 달리 석탄은 오히려 증가시키는 계획이다.

정부는 8차 전력계획에 따라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외면했다. 외국보다 저렴하지도 않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이 심각하게 저하될 우려도 있다.

최근 중국 북부 지방에서 발생한 급격한 석탄 가스화 전환에 따른 혼란이나 오스트리아 가스 설비 폭발에 따른 이탈리아 에너지 비상사태 선언 등 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계획이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원자력과 신재생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모두 탈탄소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며, 지구 온난화에 대처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많은 국가가 이러한 점을 고려, 기존의 탈원전 계획을 수정하거나 오히려 원전을 추가하려 하고 있다.

신재생은 확대하기 어려운 여러 현실 문제가 있다. 이러한 단점을 원자력의 경제성과 공급 안정성으로 보완할 수 있다. 온실가스 저감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만일 8차 전력계획에 따라 신규 원전 건설이 없어지고 가동 원전 수가 줄면 국내 원자력 산업의 공급망이 붕괴될 것이다. 원자력 산업에 종사하던 인력의 산업 이탈은 빨라질 것이고, 정부가 주장하는 원전 수출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도 멀어진다.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jssong@Chosu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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