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45>4차 산업혁명이 놓치기 쉬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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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만 있지 말고 나가 놀지?” 늘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아이가 걱정이다. 그런데 어디로 나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는 할 말이 없다. 아이들에게 입시대신 무언가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겠다는 정부를 믿고 기다려온 지 30년이 넘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 미래를 바꾸고 있다. AI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노동시장은 물론 경제 질서까지 재편되고 있어 모든 나라에는 기술경제 정책이 우선이다. 신기술 개발과 산업지능화가 국가 미래를 보장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반가운 손님이라도 황급히 나가는 자신이 몰골을 살펴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번영과 함께 인간의 행복 유지는 포기할 수 없는 덕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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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시간'만큼 여가 활용은 중요하다. 구태여 호모루덴스를 언급하지 않아도 놀이문화는 노동만큼 중요한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초기 산업혁명 이후 하루 15시간에서 8시간 이하로 단축된 노동시간은 4차 산업혁명으로 6시간 이하가 될 것이다. 1995년 리프킨이 언급한 '노동의 종언'까지 아니더라도 노동시간의 급격한 단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 국민은 여가를 보낼 마땅한 장소도 없고, 있다 해도 비용부담이 지나치게 크다.

정부는 체육시설과 여가시설을 확장하고 국민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단순한 운동장과 공원을 확장하는 소극 정책에서 실내체육관 등 상시 개방되는 시설과 운영에 투자해야 한다. 예산을 빌미로 주저한다면 시대 변화를 망각한 것이다. MB 정부가 여러 가지 비난 속에서도 자전거길 확충으로 국민건강에 기여했다고 인정되는 이유다. 다양한 체육시설과 여가시설은 지역마다 제공해야 한다. 도서관만큼이나 중요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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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중심 행정이 평생교육 행정으로 전환될 때다. 인구 감축으로 용도 폐기되는 시설을 첨단시설을 갖춘 평생교육 공간으로 재생하고, 직업교육 이상의 만족을 경험할 수 있는 평생교육 프로그램 제공을 제안한다. 입시를 위한 배움은 고통이었지만, 자기 요구에 기인한 교육은 진정한 즐거움이다. VR, 홀로그램 등을 구비한 지역 교육시설이 미국 전통적 지역교육기관인 커뮤니티 칼리지 역할을 하기 바란다. 디지털 리터러시에 의한 격차 해소도 중요하다, 지역 교육이 만드는 일자리 확충이 4차 산업혁명으로 감소되는 일자리를 보전할 방법이기도 하다.

사회관계망(SNS) 확산으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허상관계'다. 많은 의미없는 '좋아요'에 감동하는 관계다. 숨겨진 우울증과 외로움에 시달려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경우가 허상관계로 인해 발생한다. 최근 우리를 아프게 한 유명 연예인 자살을 탓하지 못하는 이유다. 로봇이 일하는 환경에서 변질된 인간관계의 폐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안타깝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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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인식의 혼란을 야기한다. 근무시간과 여가를 혼동하게 하고 '친구'라는 이름의 허울 좋은 허상관계를 진짜 관계로 착각하게 한다. 지나친 사이버 활동으로 건강을 해치는 청소년이 다반사다. 기술과 정책은 '돈 버는 일'에만 투자되기 보다 '돈 쓰는 일'에도 투자돼야 한다. 그 일이 국민의 행복을 완성하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육체건강과 정신건강 증진은 4차 산업혁명이 챙겨야 하는 필수과제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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