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오래 쓰면 애플이 성능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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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X.

애플이 아이폰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주요 외신은 물론, 아이폰 이용자는 '돈에 눈 먼 상술'이라며 애플을 강력 비판했다.

애플은 20일 공식 성명을 통해 “아이폰에 탑재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잔량이 적거나 주변 온도가 내려갈 때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며 “아이폰이 예기치 않게 꺼지는 현상을 초래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아이폰6, 아이폰6S, 아이폰SE와 iOS 11.2가 적용된 아이폰7에 전력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기기 수명을 연장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의미는

애플이 아이폰 전력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했다는 것은 제품 성능을 일부러 떨어뜨려 배터리가 꺼지는 현상을 막겠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 성능·속도를 둔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해외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서 네티즌은 “아이폰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면서 iOS 처리 속도가 느려졌다”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배터리 노후 정도가 스마트폰 성능에 직접 연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정보기술(IT) 기기 성능 테스트 사이트 긱벤치는 아이폰6S와 아이폰7을 조사한 결과, 실제 배터리 수명이 줄수록 성능도 같이 떨어진다는 테스트 결과를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애플이 이를 인정한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애플은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아이폰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플의 이 같은 행태에 '고객'은 철저히 무시됐다.

IT전문매체 더버지는 “애플이 새 아이폰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속도 지연을 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소비자에게 관련 내용을 미리 공지하거나, 동의를 얻는 행위를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포춘은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기기 성능을 저하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면서 “배터리 교체 비용은 79달러”라고 안내했다.

포브스는 “애플이 2016년부터 이 같은 업데이트를 실시하면서 사실을 은폐한 것은 고객에게 사기를 친 것과 같다”면서 “애플은 아이폰 성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내용을 고객에게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애플의 문제 해결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브스는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 당시 삼성전자는 모든 생산을 준비하고 철저히 조사했다”면서 “그 결과 8포인트 배터리 안전검사 시스템을 갖췄지만, 반대로 애플은 소프트웨어로 성능을 제어하는 행태를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파장은

애플이 아이폰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의혹을 인정하면서 소비자 신뢰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아이폰 이용자는 애플에 대한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애플이 아이폰 고객을 호구로 본 것으로 밖에 설명이 안 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5년째 아이폰을 사용 중인 이성근(31) 씨는 “추운 날 아이폰이 꺼진 경험이 몇 번 있었지만 다른 제품을 사용하고 싶지 않아 불편을 감수하면서 아이폰을 선택했다”면서 “애플이 고객 동의 없이 기기 성능을 저하시킨 것은 분명 충격적인 일이고, 새 제품 구입을 유도한 '돈에 눈 먼 상술'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