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엔테크]운전자의 오조작(misapplication) 막는 기술은

서울 강동구에 사는 정 모씨(71)는 얼마 전 아찔한 경험을 했다. 동네 골목을 주행하던 중 갑자기 튀어나온 강아지를 발견하고 급정거를 한다는 게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았기 때문이다. 사고는 간신히 피했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정씨는 5년(만 65세 이상)에 한 번씩 돌아오는 운전면허 갱신 기간에 면허시험장을 방문, 검사를 통해 자신의 인지기능이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결국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했다.

최근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노인 운전자가 늘고 있다. 국내 초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이 집계한 '가해운전자 연령별 교통사고 건수' 조사를 보면 2006년 이후 약 10년 동안 20~40대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건 수는 점차 줄어든 반면에 50~69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수는 2016년 전체 교통사고 가운데 약 10% 점유율을 차지하며 증가하고 있다.

인지능력이 약해진 노인 운전자의 운전면허 자진반납은 사회적 안전을 위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생계를 위해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고령 운전자들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 지난 달 발생한 창원 터널 화물차 폭발사고 운전자는 76세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위해 위험물을 실은 과적 트럭을 계속 운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은퇴 후 생계유지를 위해 택시운수업에 뛰어든 운전자 중에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장 많다. 이 때문에 무턱대고 면허 자진 반납을 권하거나 운전 자격을 제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업계는 인지능력 저하에 따른 '오조작(misapplication)' 사고를 방지하는 기술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Photo Image
닛산은 페달 '오조작'에 의한 충돌을 방지하는 '비상 보조 기술'을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닛산이 대표적이다. 닛산은 2012년 페달 오조작에 의한 충돌을 방지하는 '비상 보조 기술(Emergency assist for pedal misapplication)'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은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실수로 가속 페달을 잘못 밟으면 자동차가 스스로 충돌을 예상하고 보행자나 장애물을 감지해 차량을 정지시키는 안전장치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오조작으로 차량이 움직일 때,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자에게 시·청각 경고를 보내고 동시에 가속을 줄여준다. 물체와의 거리가 줄어들어 추돌이 예상되면 시·청각 경고를 반복하면서 동시에 차량을 제동시킨다.

이 기술은 고령의 운전자만을 위해 개발된 게 아니다. 닛산 선진기술개발센터(NATC) 연구 결과에 따르면,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는 주차장 외부에서 80%, 공공도로 주행 과정에서 60% 이상 발생한다. 사고는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Photo Image
'인텔리전트 어라운드 뷰' 기술이 적용된 닛산 신형 '리프'

닛산의 오조작 방지 장치는 최신 기술과 결합해 진화 중이다. 음파 탐지 센서를 활용한 안전 기술 시스템(인텔리전트 전방 충돌 경고, 인텔리전트 비상 브레이크)과 주차선을 인식하는 '인텔리전트 어라운드 뷰' 기술 등을 접목해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저속 주행이나 인접 상황 등 한계 범위를 넘어 고속 주행이나 가시거리에 있는 보행자까지 감지하며 오조작 사각지대까지 안전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