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빅데이터 바람이 거세다. 최대 과제인 '과학화' 도구로 빅데이터를 지목, 각종 생체정보 수집·연구에 착수했다. 한의사 개인 역량에 의존했던 기존 체계에서 탈피해 데이터 기반 과학적 검증으로 재탄생한다.
11일 한의계에 따르면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한약진흥재단 등은 한방 빅데이터 전략을 수립, 임상과정 접목을 준비 중이다. 데이터 수집을 위한 기반 인프라 구축부터 수집, 분석 체계 마련에 착수했다.
원광대 광주한방병원, 원광병원은 각종 생체정보를 빅데이터 분석해 최적 치료법을 발굴한다. '맥진 데이터'가 대표적이다. 맥진은 맥박 상태를 파악해 건강상태를 살피는 한의학 진단법이다. 한의사 개인 역량과 경험에 의존했다.
최근 디지털 맥진기가 등장했다. 유체역학, 인체공학, 로봇공학 기술을 접목해 환자 맥박 상태를 디지털화한다. 결과 값을 보고 한의사가 건강상태를 판단한다.
병원은 내년 3월까지 심뇌혈관 질환, 자가면역질환, 퇴행성 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맥진 데이터를 수집한다. 질환별로 데이터 결과 값을 세분화하고, 임상증상과 연관성을 규명한다. 궁극적으로 맥진 데이터별 최적 진단·치료법을 제시한 표준 진료지침 제시가 목적이다.
이상관 원광대 광주한방병원 신경내과 교수는 “현대의학으로 치료 한계가 온 질환을 대상으로 한의학적 치료법 제시가 목적”이라며 “맥진 정보에 기반해 양적 빅데이터 분석, 환자와 의료진 인터뷰, 의무기록 등 다양한 정보를 결합해 최적 치료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약진흥재단은 올해까지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을 위한 '한의임상진료정보화 사업' 정보화전략(ISP) 수립을 완료한다. 한의 임상정보를 모아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데이터 허브'가 목표다.
표준화 작업이 선행된다. 한의표준진료지침, 각종 한의 용어 표준화가 대표적이다. 빅데이터 근간이 되는 전자의무기록(EMR) 개발·확산도 시도한다. 표준화된 EMR 보급으로 환자 관리, 임상연구 체계화를 꾀한다.
동의보감 등 주요 한의서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기존 한의원이나 연구소가 보유한 임상 데이터 연계 시스템도 구축한다. 장기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기술도 개발한다. 환자 진단을 지원하는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이 구축된다.
한의학계 빅데이터 열풍은 의료계 패러다임 영향이 크다. 현대의학은 개인 의료정보에 기반해 맞춤형 치료를 구현한다. 개인 의료정보를 수집, 분석할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한의계는 EMR 보급률이 저조한데다 데이터 기반 임상검증도 외면했다. 증거의학, 맞춤형 의학에서 멀어지면서 환자 이탈도 가속됐다.
신뢰를 높이기 위해 과학화를 추진한다. 환자 진료, 치료 전 과정을 데이터화한다. 빅데이터 체계를 구축해 임상·연구 영역에 활용한다. 대체의학으로 주목받는 한의학을 과학화로 고도화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도 갖춘다.
이 교수는 “한의학은 디지털화된 환자 차트, 표준화된 진료 가이드가 없어 빅데이터 활용이 어려웠다”면서 “생체정보 수집과 프로토콜 표준화 등으로 빅데이터 환경을 구축해 현대의학 한계를 보완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