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커머스'가 국내 유통가 핵심으로 빠르게 부상 중이다. 지난 2012년 등장한 이후 매년 2배 이상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전체가 공격적 마케팅 전략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홈쇼핑 사업자는 T커머스를 신규 수익 모델로 낙점해 시너지를 내는데 집중한다. 내수 불황, 소비심리 저하, 온라인·모바일 쇼핑 대중화로 위축된 업황을 T커머스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다. T커머스가 전통 홈쇼핑에 버금가는 핵심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혔다.
◇T커머스, 역대 최대 연 2조원 시장 눈 앞
T커머스 시장은 지난 2012년 KTH가 실시간 채널방송을 시작하면서 개화했다. TV는 물론 온라인 쇼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양방향 서비스를 구현하는 쇼핑 채널을 표방했다.
한국T커머스협회에 따르면 T커머스 시장 취급액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95.29% 증가했다. 지난 2013년 230억원에 그친 업계 취급액은 2014년 800억원, 2015년 2534억원, 2016년 9977억원으로 치솟았다. 올해는 전년 대비 갑절 이상 성장한 1조7500억~2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업계를 통틀어 가장 빠른 성장세다. T커머스 입점 판매자와 상품군이 확대되면서 소비층이 계속 유입됐기 때문이다.
업계 1위 KTH는 지난 3분기 T커머스 사업에서 지난해 동기 보다 38.2% 증가한 275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1~3분기 누적 매출은 770억원으로 연내 1000억원 돌파를 낙관한다. 통상 홈쇼핑 업계 취급액은 매출의 4배 수준이다. KTH는 올해 최대 4000억원 안팎 취급액을 달성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세계TV쇼핑은 최근 전례 없는 공격적 마케팅을 펴면서 업계 1위 자리를 노린다. 지난 1~3분기 취급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한 2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까지 누적된 연간 취급액은 2400억원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패션, 난방가전 등 상대적으로 고가 상품 판매가 증가하는 시기인 것을 감안하면 연 취급액 3000억원을 가뿐하게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4분기에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흑자(분기 기준)를 기대한다.
KTH와 신세계TV쇼핑 연 취급액을 합하면 7000억원 안팎이다. 업계 1·2위 사업자가 이미 지난해 전체 시장 규모 70%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여기에 쇼핑엔T, W쇼핑, SK스토아의 연 취급액을 합하면 5개 비홈쇼핑 T커머스 업체만으로 1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T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T커머스 업계는 주요 채널 번호 확보, 콘텐츠 다양화, 모바일·온라인 채널 다각화를 추진, 수요층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며 “내년은 시장 규모 2조8000억원 이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홈쇼핑, T커머스로 날개 달았다
5개 홈쇼핑 사업자는 T커머스 채널을 도입, 판매 채널 다각화에 나서면서 수익 확대에 팔을 걷었다. 홈쇼핑 계열 T커머스도 업계 전반에 확산된 고속 성장세에 올라 탄 모양새다.
매년 3분기는 홈쇼핑 시장 비수기다. 야외 활동에 적합한 가을 날씨 때문에 TV 시청자 수가 감소하면서 소비가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T커머스를 보유한 홈쇼핑 사업자는 상품 경쟁력을 앞세워 보릿고개를 넘었다.
현대홈쇼핑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14억원(별도 기준)이다. 작년 동기 대비 3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취급액은 8671억원이다. 작년 3분기 8511억원에서 1.9% 늘었다. 매출은 8.8% 상승한 2529억원이다. T커머스 사업과 고수익성 상품 수요가 증가한 덕이다. 업계는 현대홈쇼핑 올해 T커머스 부문 취급액이 16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했다.
GS홈쇼핑은 3분기 T커머스 'GS마이샵'에서 취급액 3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48억원과 비교해 100% 이상 증가하며 전체 취급액 확대에 공헌했다. GS홈쇼핑 3분기 취급액은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8.2% 늘어난 9487억원이다.
CJ오쇼핑은 3분기 취급액 889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2.4% 상승한 304억원이다. 업계에서 단독으로 선보인 패션, 식품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8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을 늘리는데 성공했다.
CJ오쇼핑은 T커머스를 비롯해 인터넷, 모바일 채널에서 상품군을 강화하면서 모객 효과를 높였다. CJ오쇼핑의 같은 분기 T커머스 CJ오쇼핑플러스 취급액은 588억원이다. 전 분기 580억원에서 8억원 늘리며 상승세를 이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05% 성장했다.
홈쇼핑 업계는 T커머스를 주요 판매 채널로 육성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불황 여파로 업황이 하락세에 접어든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TV라는 한정된 판매 영역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올해 홈쇼핑 시장 규모는 지난해 17조1931억원 대비 7% 성장한 18조원 이상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이후 4년째 한 자릿수 성장률에 묶였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T커머스 시장 개화에 따라 방송을 보고 전화로 구매하는 전통적 홈쇼핑 구매 패턴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홈쇼핑 및 비홈쇼핑 계열 사업자들이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