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의 숙명 라이벌 삼성과 LG 간 교차 구매가 처음 시현됐다. 삼성전자가 올해 안에 LG디스플레이로부터 65인치와 75인치 초대형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을 구매한다. 첫 물꼬가 트이면 앞으로 계열사 간, 협력사 간 교차 구매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정부가 새롭게 들어설 때마다 정책으로 유도했지만 끝내 무산된 국내 기업 간 교차 구매가 정부의 어떠한 개입도 없이 성사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더해진다.
국내 전자 대기업들은 지난 20여년 동안 해외 기업과의 제휴 및 교류는 당연시했지만 정작 국내 기업 간 협력은 외면했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비슷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실제 비슷한 외국 기업과의 교차 구매 사례도 적지 않아 핵심 이유로 보기는 힘들다.
이보다 기업 간 경쟁 의식의 발로로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국내 전자 대기업은 역사가 길지 않아 사업 아이템과 기술 개발 속도까지 비슷한 경향이 있다. 새로운 아이템으로 초기 시장이 형성될 시기에는 내수 시장을 놓고 치열한 선점 경쟁이 불가피하다. 자연스럽게 해외 업체보다 국내 업체를 더 경계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서 이번 삼성과 LG 간 교체 구매 성사는 한국 전자 산업이 한 단계 성숙했다는 방증으로도 풀이된다. 국내 시장에서 우리끼리 싸우던 시절은 넘어선 지 오래고, 사업 아이템별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으면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초대형 제품군을 내년 주력 모델로 변경하면서 신속하게 LG디스플레이 패널 구매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활용 가능 품목에 경쟁사 패널을 포함시킴으로써 시장 트렌드에 빠르게 대처하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첨단 정보기술(IT)·가전 시장은 지금까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그 변화를 주도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부디 이번 삼성·LG 교차 구매 협력이 국내 업계 전방위로 확산돼 기업 경쟁력 제고와 비즈니스 기회 확대, 국가 산업 생태계 강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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