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부가 중국에 '짝퉁게임 근절' 조치를 요구한다. 유사 상표, 저작권을 금지할 권리와 손해 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명시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근거다. <본지 12월 6일자 2면 참조>
갈등은 비단 한국과 중국 기업 간 분쟁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게임 지식재산권(IP)을 둘러싼 소송이 한창이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 기업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수년째 진행되고 있다.
분쟁은 쉽게 그칠 기세가 아니다. 모바일게임이 시장 주류로 되면서 게임사들이 기존 IP를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모방과 표절, 게임룰 일반 권리가 복잡하다. 명확한 선례,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넥슨은 최근 자사 '던전앤파이터'를 중국 게임사들이 베꼈다며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이 가운데 한 곳에는 소송에 들어갔다. 넥슨 관계자는 “각 사례의 위법성을 검토한 뒤 위법 조치를 순차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넥슨은 일명 '던파 짝퉁' 게임이 '던전앤파이터' 세계관, 캐릭터, 그래픽, 게임 시스템 등을 차용할 뿐만 아니라 유사한 명칭을 내세워 서비스하는 것도 문제로 삼았다. 일부는 '던전앤파이터'를 연상시키는 제목을 내세우고 넥슨으로부터 정식 라이선스를 받았다는 식으로 이용자를 속였다는 것이다.
넥슨은 성명서를 통해 '던전앤파이터' IP 침해 혐의가 있는 게임과 게임사의 실명을 공개했다. 소송을 통한 손해 배상에 앞서 이용자에게 정식 라이선스를 받은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사 사례는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이피플스는 넷마블게임즈를 상대로 최근 '모두의 마블'이 '부루마블' IP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피플스는 '부루마블' IP 소유주인 씨앗사로부터 '부루마블' 디지털 콘텐츠 권리를 독점으로 받은 회사다. 모바일게임 '부루마블M'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 소송은 최근 1심에서 넷마블게임즈가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모두의 마블'이 '부루마블' 게임 규칙과 진행 방식을 반영해서 상당 부분 유사하게 구현하고 △그 점을 홍보함으로써 '부루마블' 인기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이런 행위에는 불법 요소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부루마블' 게임 규칙이 부정경쟁방지법이 명시한 △타인의 상당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영업을 위해 무단 사용한 경우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아이피플스는 이에 항소, 최근 2심이 재개됐다.
마블류 게임을 둘러싼 분쟁은 앞으로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게임즈는 '프렌즈마블'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 게임 역시 '모두의 마블'과 마찬가지로 '부루마블' 게임 시스템을 차용했다는 문제 제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유제정 아이피플스 대표는 “'부루마블과 유사성을 살핀 후 프렌즈마블'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 콘텐츠 모방과 표절·IP 침해에 관한 법리 판단은 아직까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소송 결과도 제각각이다. 글로벌 게임사 킹과 국내 게임사 아보카도 사이에 벌어진 법정 분쟁이 대표 사례다.
킹이 아보카도에 소송을 제기한 이 사건은 1심과 2심 판단이 달랐다. 1심 재판부는 아보카도의 모바일게임 '포레스트매니아'가 킹의 '팜히어로사가' 스리매치(3개 그림을 연속해서 맞추는 퍼즐 방식) 시스템과 게임 일부 비주얼 등 IP 일부를 참해했다고 판결했다. 저작권 침해 주장은 기각했지만 부정경쟁방지법을 근거로 킹 승소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고 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아이디어는 '표준'에 가깝다는 피고 측 주장을 인정했다. 이 소송은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분쟁은 국내 대형사끼리도 벌어진다. 엔씨소프트는 2016년 11월 넷마블게임즈 자회사 이츠게임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서로 상대 지분을 가진 관계사다.
이츠게임즈가 만들고 넷마블게임즈가 출시한 모바일게임 '아덴'은 '리니지' 게임머니·지명 '아덴'을 연상케 한다. '싸울아비 장검' '진명황의 집행검' 등 '아덴'에 등장하는 아이템 명칭 일부는 '리니지'와 같다. 강화 시스템도 비슷하다.
양사는 소송 진행 과정에서 합의를 시도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는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모바일로 옮긴 '리니지M'으로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IP의 힘을 증명했다. 자사 최대 상품의 가치 훼손을 두고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인지도 높은 IP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소송 부담을 지더라도 IP 가치를 지키려는 쪽과 콘텐츠 확장을 시도하는 쪽의 공방이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표1> 넥슨이 IP 침해를 주장한 중국의 '던전앤파이터' 유사 게임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