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설비, 이대론 안된다]<3>소형건물은 '경쟁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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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원흥 지구에서 통신사 관계자가 필수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필수설비 독점 문제는 신규 건축 90% 이상을 차지하는 2000㎡(6층 이하규모) 이하 소형건물에서 심각하다.

정부는 신축건물에서 필수설비 독점을 예방하기 위해 2015년부터 '전기통신설비 공동구축' 의무협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소형건물에서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자에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경쟁 촉진을 위해 필수설비 공동구축은 물론 건물 정보 제공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는 2015년 5월 '전기통신설비 공동 구축을 위한 고시'를 시행했다.

신축건물에서 필수설비 독점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2000㎡(6층 규모) 이상 건물과 신규 택지 단지에서 건설사와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협의해 필수설비를 공동 구축하도록 했다.

공사 시작 이전 통신사와 케이블TV가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의무화하고, 각 사 협의하에 특정사에 각 회사 회선 구축을 전담하고 비용을 분담하는 게 핵심이다.

대형 아파트는 건설사 요청에 따라 3~5개 다수 통신사가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구축하는 게 일반화됐다. 필수설비 공동 구축으로 특정 사업자가 가입자를 독점하는 사례가 전무했다. 사업자간 가입자 유치 경쟁도 강화됐다.

하지만, 정부 규제가 2000㎡ 이상 건물에만 공동구축협의를 의무화하면서 그 이하에 해당되는 8~10세대 규모 3~4층 규모 소형 빌라 등 소형 건물은 사실상 경쟁 사각지대로 방치됐다.

2000㎡ 이하 건물은 2014년~2016년 3년간 전체 건물허가의 91%를 차지할 정도로 국민 대다수가 생활하는 공간임에도 사업자간 경쟁으로 인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소형건물이 공동구축 협의 의무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필수설비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형 건물 시공 이전에는 통신사·케이블TV 등 사업자 협의체가 구성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등 중립기관을 통해 관련 정보가 각 통신사에 전달되는 반면, 소형건물에 대해서는 통신사가 확인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설비 구축 기회를 놓치는 사업자가 적지 않다.

후발 사업자는 “현실적으로 모든 건물에 접근할 수 있는 필수설비를 보유한 KT가 정보 획득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소형 신축건물은 건축 이전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구조상 통신사·케이블TV가 필수설비를 임대해 가입자에 제공하고 싶어도 기회가 원천 차단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대형건물에 비해 인입관로 개수 자체가 적어 광케이블을 포설할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통신사는 관로 대신 광케이블을 임대해야 하는데, 2006년 이후 구축한 광케이블은 필수설비 의무제공 예외가 적용된다. 정보 부족과 필수설비 제공 예외규정이 겹치면서 후발 사업자가 잠재적 가입자에 접근할 기회자체가 봉쇄된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는 신축 소형건물에 이사할 때 기존 가입 통신사 회선이 확보됐는지 불확실성을 떨칠 수 없다. 결국 해지에 대한 불편도 이용자가 감수해야 한다.

후발 사업자는 '전기통신설비 공동 구축을 위한 고시'를 개선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다. 우선, 공동구축 대상 전면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2000㎡ 규모 제한을 폐지하고, 모든 신축 건물에 대해 필수설비 구축 정보라도 제대로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통신사 관계자는 “공동구축 의무를 강화하는 동시에, 건물 규모에 관계없이 신축 건물 통신망 구축에 관한 정보를 통신사가 상호 공유할 수 있도록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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