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중국 반도체 정책자금이 팹리스 육성에 쓰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이 2단계로 조성하는 '국가IC(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을 반도체 설계가 주력인 팹리스에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야는 메모리, 전력반도체, 5G와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될 전망이다.
당초 중국은 주요 반도체 업체 인수합병(M&A)에 이 자금을 활용하려 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군사기밀 유출 등 이유를 들어 이를 가로막자 팹리스 육성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라고 트렌드포스는 분석했다.
2014년 6월 중국 국무원은 '중국 IC 산업발전추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반도체 산업을 크게 육성하겠다는 것이 가이드라인 요지였다. 그해 10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국가IC산업투자기금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 우리돈 약 1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이 모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렌드포스는 이 기금의 1차 규모가 1387억2000만위안(약 23조원)에 달했다고 추정했다. 중국은 이 가운데 1003억위안을 투자키로 하고 553개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그러나 실제 투자액은 653억위안에 그쳤다. 미국 반도체 업체 M&A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차 기금은 제조분야에 65%, 반도체 설계에 17%, 패키징 분야에 10%, 장비와 재료 분야에 각각 4% 투자가 집행됐다.
트렌드포스는 현재 2차 기금 조성 단계로 그 규모는 1500억~2000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M&A가 여의치 않게 되면서 반도체 설계를 주력으로 하는 중국 현지 팹리스에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 비중은 20~25%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생 반도체 설계 기업에도 투자가 집행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이 팹리스를 적극 육성한다면 한국과의 격차는 보다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중국과 국내 팹리스 업계의 매출액, 업체 숫자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중국 1, 2위 팹리스 업체인 하이실리콘과 스프레드트럼의 연간 매출액은 각각 3조원 및 1조원을 웃돈다. 세계 톱50 팹리스 목록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한 곳(실리콘웍스)뿐이지만 중국 기업은 9개나 포진해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