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납품받던 中企 상품, PB로 전환 않겠다”…상생협력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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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기존의 중소업체로부터 납품받는 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은 자체브랜드(PB)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PB 상품 전환으로 납품 단가가 낮아지고 중소업체의 고유 브랜드 확산이 어려운 문제가 해결될 전망이다.

유통업계는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납품업체의 납품 가격도 올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유통업체가 납품업자에게 중간유통업자(벤더)를 통해 납품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납품업자에게 횡포를 부린 벤더와는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형마트, 백화점, TV홈쇼핑, 온라인쇼핑몰, 편의점, 면세점 등 6개 유통 분야 사업자단체 대표는 29일 서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만나 이런 내용의 '자율실천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9월 김 위원장은 취임 후 처음 가진 유통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업태별 특성에 맞는 상생 모델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유통업계는 기존 중소업체에서 납품받는 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을 PB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PB 상품은 고유 브랜드보다 납품 단가가 낮아 중소업체의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 같은 중소업체 제품끼리(PB 상품과 고유 브랜드 상품) 경쟁해야 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위원장은 “납품업체의 브랜드 상품을 유통업체 PB 상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납품 단가가 낮아져 애로가 컸다”며 유통업계 개선 계획을 긍정 평가했다.

유통업계는 계약 기간에 최저임금 인상, 원재료 가격 변동 등 공급 원가 변동 요인 발생 시 납품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합리화 근거를 마련한다.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납품 단가가 올라 납품업체가 일방으로 손해를 떠안지 않게 된다. 공정위는 표준계약서에 해당 내용을 반영한다.

유통업계는 입점(납품)업체 선정 기준, 계약 절차, 퇴점(계약갱신 거절) 기준을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백화점은 매장 이동·면적 변경 정보를 납품 희망 업체에 사전 제공한다. 대형마트·편의점은 판매장려금 제도의 자세한 정보를 납품업자에게 알린다.

김 위원장은 “납품업체에 대한 주요 거래 조건, 거래 현황 정보를 유통업체 스스로 공개하도록 하는 공시제도 도입을 위해 내년에 법 개정을 추진한다”며 “영업 비밀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개 정보 세부 내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러분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유통업체와 납품업체를 연결하는 벤더의 횡포 문제가 불거진 사실을 반영, 임직원이 납품업자에게 벤더를 통해 납품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납품업체 대상 불공정 행위가 확인된 벤더와는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TV홈쇼핑 업계를 중심으로 더욱 구체화된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자율 실천 방안 전반을 긍정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보완·발전시킬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 소재 유통업체는 인근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코너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경제에 가장 필요한 이념은 상생이고, 그 가치는 특히 유통업계에서 구현돼야 한다”면서 “유통 산업이 지속 성장하려면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납품업체 경쟁력 강화가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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