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계속되는 수입차 '불법인증'…왜 자꾸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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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시험을 받고 있는 아우디폭스바겐 차량. (자료:환경부)

지난 2015년 9월에 발생한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를 시작으로 수입차 인증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조작한 서류로 국가 인증을 시도하는 방식은 업계 '관행'처럼 굳어졌다. 드러나지 않은 결함 문제가 더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발생한 지 2년이 넘으면서 수입차 업체 절반이 불법 인증으로 '인증 취소 및 판매 중지' 처분을 받았다. 업체별 판매 전략에 차질은 물론 소비자까지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한다.

수입차 업계의 불법 인증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015년 9월 미국에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터지면서다. 당시 우리 정부도 정밀 조사에 나섰고, 두 달 뒤 아우디·폭스바겐이 판매한 배출가스 저감 장치 조작 차량 12만6000여대 대상으로 인증 취소 및 판매 중지 행정 처분을 내렸다. 이후 지난해 8월에도 아우디·폭스바겐은 환경부로부터 배출가스와 소음 성적서를 위조한 8만3000여대에 대해서도 판매 중지 및 인증 취소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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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로고

정부는 다른 수입차 업체들도 인증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전수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닛산 '캐시카이' 배출가스 저감 장치 조작, BMW 배출가스 성적서 조작, 포르쉐 배출가스 성적서 조작, 메르세데스-벤츠 부품 변경 미인증 등을 적발했다. 디젤게이트 이후 정부가 잡아낸 불법 인증 차량만 30만대를 넘어섰다. 지금까지 부과한 과징금도 약 1470억원에 이른다.

수입차 업체 대부분은 불법 인증을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에 대해서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특히 인증서류 조작은 인증 절차 과정에서 행정상 실수로 서류를 잘못 제출한 것일 뿐 자동차 차제 운행, 안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업체들이 편의를 위해 인증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했다는 데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업체들이 인증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하는 것이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차량 대상으로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본사에서 테스트를 한 후 인증 서류를 제출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에 빨리 투입하기 위해 동일한 파워트레인(동력 계통)을 장착한 차량의 인증 서류를 대신 제출하는 방식으로 인증 조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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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한성자동차 용산전시장.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또 환경부와 수입차 업계의 인증 담당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꼽았다. 대부분 수입차 업체들은 인증 담당 인력이 소수에 불과하다. 규모가 작은 업체는 외부 업체에 인증을 맡기기도 한다. 환경부에서 배출가스 인증을 담당하는 직원 역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의 연구원이 극소수다. 연간 수십 차종에 대한 인증을 진행하다 보니 실수나 불법 인증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업계는 불법 인증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자가 인증'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했다. 수입차는 대기환경보전법상 국내에서 판매하기 위해 배출가스가 허용 기준에 맞게 유지될 수 있다는 인증을 받아야 한다. 배출가스 허용 기준에 맞게 제작됐다는 사실을 공인시험기관이나 장치 등을 통해 확인 받은 뒤 해당 서류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인증하는 방식이다. 모든 과정이 서류 절차로 진행되다 보니 쉽게 조작이 가능한 것이다.

환경부 역시 현재 제도로는 수입차 인증 서류를 명확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제출한 배출가스 관련 시험성적서가 유럽 등 본사에서 받은 원본인지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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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관계자는 “수시 검사제도 도입과 국제인증기관회의에서 이 같은 문제를 밝히고 정보 교환 등 공조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촉구하는 등 국제 공조 시스템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시험성적서 데이터를 전산 입력, 상호 비교·대조해서 위·변조 여부를 확인한다면 조작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수입차 불법 인증을 키웠다는 주장도 있다. 불법 인증이 적발돼도 과징금 규모가 크지 않고, 법 책임을 물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BMW코리아가 환경부로부터 부과 받은 608억원이 역대 최고 규모다. 이마저도 지난해 7월 차종 과징금 상한액이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면서 과징금 규모가 커진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류심사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인증 시 확인 검사 비중을 3%에서 20%로 확대할 것”이라면서 “다음 달 28일부터는 과징금 부과율을 매출액의 최대 5%로 상향 조정, 차종당 최대 500억원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해야 그나마 불법 행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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