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셜텍이 내년 턴어라운드에 시동을 건다. 올해 실적 악화를 초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리스크'가 사라진데다 해외 신규 고객사와 거래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소니, 후지쯔, 교세라,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 거래가 늘어나면서 실적 반등 기대감이 크다.
◇'차이나 리스크'로 고전
크루셜텍의 핵심 사업은 지문인식 모듈이다. 지문인식이 스마트폰 필수 기능으로 부상하면서 회사가 빠르게 성장했다. 2014년 734억원이던 매출은 2015년 2625억원으로, 또 지난해는 320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서부터 이상신호가 감지됐다.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에서 신규 프로젝트 수주에 번번이 고배를 마신 것이다. 크루셜텍은 당초 경쟁사의 가격 공세 때문으로 판단했다. 지문인식 시장이 급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진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의아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품질, 가격, 생산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경쟁사보다 앞선 조건을 제시해도 탈락하는 경우가 생겼다. 크루셜텍 관계자는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의심스러운 대목이 있었다. 사드 이슈였다. 2016년 7월 사드 배치 결정이 공식 발표된 이후, 중국은 줄곧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리고 사드가 진척될 때마다 조금씩 경제보복 조치를 강화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경제보복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달랐다. 크루셜텍 관계자는 “환영해주던 고객사들도 사드 이슈 이후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면서 “사업 제휴 사진도 찍지 말자고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피할 수 없었던 실적 타격
중국 매출은 그렇게 줄기 시작했다. 2016년 1분기 491억원에 달하던 중국 매출이 같은 해 4분기에는 229억원으로, 또 올해 1분기에는 53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체 실적에 투영돼 2016년 초 800억원대에 달하던 분기 매출이 1년만인 2017년 1분기 400억원대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그렇게 나빠졌다.
크루셜텍은 자구노력에 들어갔다. 경영효율화를 단행, 올해 초 대비 고정비 30%를 절감했다. 또 중국과 베트남 공장 생산성 향상을 추진했다. 강도 높은 비용 절감을 추진했지만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줄이지 않았다. 핵심인 사업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집중했다.
고통의 시간이 흐르던 사이, 냉랭하던 중국에서 다시 긍정적 시그널이 나왔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의 전략 스마트폰 '메이트10' 물량을 수주했다. 내년 1월까지 350만대, 금액으로는 140억원 규모 주문을 받았다.
크루셜텍 관계자는 “올해 거의 수주를 못했던 화웨이와 계약이란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마치 우연처럼 때마침 한·중 사드 갈등은 해빙 무드로 돌아섰다.
◇'턴어라운드와 포스트 차이나를 향해'
크루셜텍은 중국에서 점유율을 회복하는 동시에 중국외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시장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진 상황이지만 화웨이, 오포, 비보 등을 대상으로 영업을 회복하고 소니, 후지쯔, 교세라, 구글 등과 협력을 공고히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매출 반등과 수익성 회복을 동시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매출 규모 측면서 유리하지만 가격 경쟁이 심하다. 반면에 일본 등 다른 지역 고객사는 수량에서 중국보다 규모는 작지만 수익이 더 크다.
중국은 최근 자회사를 통해 개발을 마친 초저가 IC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제품은 경쟁사 대비 30~50% 저렴해 크루셜텍이 중국에서 잃은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데 전략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소니, 구글 등은 차세대 프리미엄 모델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회사는 내년 중 새로운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지문인식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성사될 경우 중국을 뛰어넘는 사업 기반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다.
김종빈 크루셜텍 대표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외적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시 회복하는 추세에 있다”면서 “내년에는 턴어라운드 달성으로 극복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