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93>위대한 기업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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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33세 아마데오 자니니는 '뱅크 오브 이탈리아'를 설립한다. 현관에는 이탈리아어로 된 '방카 디탈리아'라는 간판을 나란히 달았다. 당시 은행은 부자의 전유물이었다. 자니니는 이민자, 농민, 월급쟁이, 소상공인들을 택했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에 대지진이 덮친다. 은행은 당분간 문을 닫기로 한다. 부서진 건물과 자산을 날린 고객은 부담스러운 존재다.

벽돌이 흩어진 길모퉁이에다 자니니는 탁자와 걸상을 놓았다. 신용만으로 대출을 시작했다. 새로 무언가를 시작해야 하는 고객에게 담보란 없었다. 악수가 빈자리를 대신했다. 79세로 숨질 때 그에게 개인 재산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대부분 자선단체에 기부한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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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뒷날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된 그의 기업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이었다. 비록 이 위치를 영원히 지켜 낼 수 없었지만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당시 조끼 차림의 자니니와 한 고객이 악수하는 장면을 담은 흑백 스케치는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상식이 말하는 기업이란 이윤 추구가 목적이다. 수익을 극대화하고 그것을 주주에게 배분한다. 어떤 기업도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나 몇몇 기업의 생각은 달랐다.

로자베스 모스 칸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들 특별한 기업에 관해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존경받는 기업에는 다섯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사회 가치를 기업 목표에 담고 있었다. 제품을 만들고 수익을 내는 방식이 무엇이든 수익과 사회 가치에 균형을 맞추려 했다.

둘째 기업 성장 이상의 무언가를 추구했다. 휴턴 가(家)는 코닝글라스를 설립했지만 '크리스털 도시'로 불리는 코닝이라는 하나의 도시이자 지역사회를 만들었다. 지금도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문화가 풍부한 소도시의 하나로 꼽힌다. 타타 가도 마찬가지다. 인도 자르칸드에 잠셰드푸르라는 강철도시를 건설했다. 명망을 따진 투자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작 어떻게 사회와 공유할 것인가를 생각한 결과이기도 했다.

셋째 협력이 가져다주는 가치를 추구했다. 사회나 종업원에게 협력 가능한 기업이라는 가치를 무엇보다 크게 보았다. 마힌드라 그룹은 종업원이 11만7000명, 매출액이 110억달러, 지점이 100개국에 걸쳐 있다. 여느 개발도상국의 재벌처럼 수많은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목표는 분명히 했다. “우리가 이렇게 뭉친 것은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가치를 찾게 하기 위함이다.”

펩시도 비슷하다. '목적을 향한 노력(Performance with purpose)'이란 캐치프레이즈는 기업 목적을 사회를 위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했다. 이런 선택은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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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길게 보는 것이다. 가끔 단기간의 손실을 보더라도 잘못된 선택은 피했다. 방쿠헤알은 고객의 재무 상황과 함께 그들의 인식이나 사회 책임도 살펴봤다. 가치가 다르다면 가끔 비켜 서기도 했다.

다섯째 시민과 파트너 하기다. 위대한 기업은 사회의 구성원을 신뢰하고 관계에 의존했다. 직원에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사회에 기여하는 주인공으로 보았다. 이런 활동에 배분될 수 있도록 자원을 남겨 뒀다. 펩시의 몇몇 경영진은 바쁜 일정을 쪼개 척박한 안데스 환경에 맞는 감자종 개발에 자신의 시간을 썼다. 지점을 옮겨 다니면서도 프로젝트는 계속됐다. 2010년 최고경영자(CEO) 인드라 누이가 나서서 페루에 감자개발센터를 건립한다. 안데스의 작은 마을에서 모은 다양한 색깔의 감자로 만든 칩이 판매될 수 있었다. 단순히 수익을 올린다는 것보다 큰 이상은 새로운 방식으로 혁신을 이끌었다.

100년 전 자니니의 선택은 동시대 경영자와 달랐다. 대지진이라는 재난 속에 위대한 기업의 여정이 시작됐다. 100여년이라는 시차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샌프란시스코와 포항 흥해는 닮아 있다. 두 곳 모두 지진이 휩쓸었고, 사람들은 빈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니니처럼 특별한 선택을 할 기업이 우리에게는 없을까. “단순히 수익을 올리는 대신 사회의 일원임을 강조한 기업이 있다. 그들은 다른 선택을 했고, 많은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불린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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