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IMF 20년...새 기회를 만들자

지난 1997년 11월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었다. 은행과 대기업은 문을 닫았으며, 가장은 일터가 아닌 거리로 내몰렸다. 20년 전이다. 아픈 기억을 딛고 우리나라는 전례 없이 빠르게 위기를 극복했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은 그때보다 최소 한 단계 이상 높은 위치다.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사태를 조기에 극복한 것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연구 대상이다. '금 모으기'로 대변되는 국민의 협력이 있었다. 글로벌 경기 호황과 맞물려 우리 경제도 빨리 바닥을 다지고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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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당시 신경제로 표현되던 '정보기술(IT)'과 벤처기업 확산에 주목하고자 한다.

당시 위기 국면에서 새 정권을 꾸린 김대중 대통령은 신기술 개발과 전문 연구 인력 양성에 공을 들였다. 정부는 BK21(Brain Korea 21)로 고등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섰다. 벤처기업 육성책도 함께 나왔다. 코스닥을 활성화하면서 새 기술로 무장한 젊은 기업이 활동할 생태계를 키웠다. 이를 기반으로 이해진, 이재웅, 김택진 같은 30대 전후의 젊은 스타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했다. 이들은 기존과 다른 기술과 기업 문화로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당시 해외에서는 IT 붐이 크게 일었다. 접근 방식이 기존의 전통산업 성장과 달랐다. 인터넷에 기반을 둔 기업이 쏟아졌다. 우리나라 IT와 벤처기업 육성은 '밀레니엄 신경제' 흐름과 맞물려 IMF를 극복할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했다.

20년 전 삼성전자 주가는 10만원을 밑돌았지만 지금 증권사의 목표 주가는 300만원에 근접한다. 당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이 없었고, 반도체에서도 지금처럼 경쟁자와 '초격차'를 보이지 못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이 IT 격변기를 활용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신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를 늘리면서 다시 매출을 키우는 선순환을 잘 일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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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고도화와 벤처 정신이 없었다면 우리나라가 이처럼 빨리 국가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지 자신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가 지금 처한 여건은 20년 전과 다르지만 신기술 격변기에 와 있다는 점은 유사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과 기술이 요동치는 시기다. 자율주행자동차, 전기·수소차가 등장했다. 인공지능(AI)은 스스로 진화하는 특성으로 기존 산업과 고용 구조에도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제조 기술 이외에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같은 신기술을 잡아야만 경쟁자를 압도한다.

정책과 오피니언 리더의 좋은 가이드가 중요하다. 삼성, 현대차, 네이버, 카카오 같은 기업체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 역할이다. IMF 사태 극복에 연구개발(R&D), 전문 인력 양성, 젊은 기업 생태계 조성 등의 정책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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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불편하면 움츠린다. 정치권을 넘어 경제·산업계에까지 '적폐, 갑질' 등의 키워드가 과하게 난무하면 기업은 새로운 시도를 기대하기 어렵다. 20년 전과 비교할 때 고용 불안정성은 높아졌다. 소득 불평등 문제도 정부가 깊게 고민할 부분이다.

과거보다는 미래가 중요하다. 정부가 새 시대에 걸맞은 정책을 발굴하고, 주요 산업의 성장 방향을 제시하면서 새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 경제 주체 간 상생을 목표로 한 논의의 장도 더 키워야 한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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