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결제 단말기 '인증 병목'...내년 7월 의무화 발목 잡는다

내년 7월로 예고된 'IC 결제 의무화'를 앞두고 시장이 혼란스럽다. 일선에서 집적회로(IC) 결제 단말기 인증 접수에만 한 달 이상이 걸려 시행 시점까지 IC 결제 단말기 인프라 구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증료의 고가 논란까지 일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7월 IC 인증 의무화에 맞춰 밴(VAN)사, POS 제조업체, 대형 유통점 등의 IC 단말기 인증 신청이 늘고 있다. 접수가 몰리면서 신청에만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리고 있다.

내년 7월까지 전국 가맹점에 IC 결제 단말기가 깔려야 하지만 신청 접수에만 한 달 이상 소요되고 있다. 현재 속도라면 정부 IC 단말기 의무화는 시간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IC 결제 단말기 도입에 미온 입장이던 대형 유통가맹점까지 IC 단말기 전환에 나서면서 단말기 인증 수요가 폭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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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7월 'IC결제 의무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결제 단말기 보안인증 신청접수에만 한달 이상이 걸려 대책이 요구된다. 14일 밴(VAN)가사 시중에 사용되고 있는 IC결제 단말기를 보여주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한 밴사 고위 관계자는 “IC 단말기를 개발해도 보안 인증을 받는 데만 모델당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려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금융 당국과 여신금융협회에 인증기관을 늘려달라고 수차례 건의했지만 인증기관은 계속 두 곳만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IC 결제 단말기 인증기관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한국아이티평가원(KSEL) 두 곳이다. 건당 1300만원의 인증 비용을 받는다.

업계는 금융당국과 여신협회가 IC 단말기 보안 인증 기관을 조속히 확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 특히 2개 인증기관이 IC 단말기 모델당 1300만원의 인증료를 받으면서 독과점에 의한 고비용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인증 지연이 비용 문제까지 번진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 중복 인증 문제까지 제기됐다. 현행법상 IC 결제 단말기는 모델별로 개별 인증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실제 사용되는 IC 단말기는 동일한 IC 리더기와 하드웨어(HW) 모듈을 사용한다. 즉 외형만 바꿔서 출시되는 제품이 다수지만 이들 제품도 다시 개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상황이 악화되자 금융당국도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패스트트랙제'를 도입하고 분산 인증을 통해 과부하를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우선 신규 IC 단말기 제품이 아니면 인증 시간을 대폭 간소화하는 패스트트랙제도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밴사와 POS 제조사가 출시하는 상당수 제품의 인증 시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단말기 인증 신청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신청 기간 등을 월별로 분산시켜 인증할 수 있는 '인증 분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증기관을 추가시키는 계획은 아직 없다”며 “예전부터 인증을 받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 패스트트랙 운영 등을 적극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