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반대파 숙청 과정에서 체포된 왕족과 전직 장관, 유명 기업인들이 수도 리야드의 5성급 리츠칼튼 호텔에 붙잡혀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이 호텔에 대해 평소 갑부와 국가 원수, 사우디 왕가 사람들이 드나들던 곳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 사이 세계에서 가장 호화스러운 감옥으로 바뀌었다고 부연했다.
이날 오전 이 호텔 연회장 중 하나인 '볼룸B'에서 촬영된 한 영상에는 사람들이 매트 위에 누워 선명한 색깔의 꽃무늬 담요를 덮고 있는 모습 뒤로 어두운 제복을 입은 경비요원이 포착됐다. 한쪽 구석에는 소총 한정이 세워져 있었다.
볼룸B는 2만 평방피트(약 1858㎡) 넓이다. 1400∼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 등으로 쓰인 곳이다.
셰이크 사우드 알-무젭 사우디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구금자들은 신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 절차를 지키고 구금자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처벌을 면제받는 일이 없도록 비밀리에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실세 왕자'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제1왕위계승자(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반부패위원회는 지난 4일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왕실 내 왕권 경쟁자와 반대파로 분류되는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명을 체포했다.
미국 관리들은 6일까지 체포된 인원이 5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호텔 측은 이날 웹사이트에 “예측하지 못한 상황으로 인해,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호텔 인터넷과 전화선 연결을 끊는다”고 밝혔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