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장기체류자 뇌 상태, 정상인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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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우주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의 뇌는 두개골 속 위치가 위로 치솟으면서 약간 짓눌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학 매체 스태트뉴스 등에 따르면 도나 로버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의대 교수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 지원으로 우주인 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우주인 34명을 대상으로 우주여행 전과 후에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뇌를 촬영, 구조 변화를 살펴봤다.

18명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평균 165일간 장기 체류했고, 나머지는 우주왕복선을 타고 평균 14일간 머물렀다. 두 그룹이 나이나 비행경력 등은 얼추 비슷했다.

MRI 영상 관찰 결과 장기 체류자들 가운데 12명의 뇌 위치가 지구로 귀환한 지 여러 날 동안 두개골 속 윗부분으로 이동한 채로 있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발견됐다. 단기 체류자의 뇌에선 변화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 장기체류자 18명 중 17명의 두개골 내에서 뇌척수액이 가장 많이 들어차는 공간인 대뇌중심구가 좁아져 있었다.

뇌척수액은 두개골과의 사이에 들어찬 무색의 액체로 뇌의 충격완화(쿠션) 및 대사물질 등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대뇌중심구는 뇌 전두엽과 두정엽을 가르는 부위, 즉 뇌 윗부분 가운데쯤에 앞뒤 방향으로 갈라진 홈 같은 곳이며 이곳으로 뇌 주요 정맥이 지나가고 뇌척수액도 가장 많이 고인다.

이는 지구에선 중력 힘으로 인해 체액 등이 몸의 아래쪽으로 쏠리는 반면 중력이 미치지 않는 무중력 또는 미세중력 상태의 우주에선 뇌가 위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 결과 뇌가 두개골의 위 방향 안쪽 면에 밀착하면서 대뇌중심구가 좁아진 것이며 '뇌에 일종의 짓눌림'이 일어난 것으로 설명됐다. 뇌정맥에도 압박이 가해졌을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이번 연구에선 장기체류자 3명의 시신경 원판이 부어오른 것이 관찰됐다. 대뇌중심구가 좁아진 일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시신경원판은 안구의 망막에서 출발한 시신경이 뇌 속으로 들어오는 지점이다.

기존에 지구에 귀환한 상당수 우주인에겐 크고 작은 시력 이상이 일시적 또는 반영구적으로 나타났으며 NASA는 이를 '시각 장애 및 두개골 내압'(VIIP)증후군으로 불러 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 증후군의 원인을 설명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대뇌중심구가 좁아진 사람 가운데 일부에게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므로 정확한 원인 등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대뇌중심구 협착으로 뇌척수액 흐름이 원활치 않은 것이 알츠하이머나 다발성경화증 등 뇌 질환과도 상관 관계가 있다는 점은 알려져 있으나 그것이 원인인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연구팀은 단기 체류자에게선 뇌 변화가 발견되지 않은 것은 우주에 있을 땐 뇌가 이동했다가 귀환 후 더 빨리 회복돼 관찰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뇌 변화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얼마나 지속하며, 행동과 심리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 추가 연구해야 할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처럼 몇 개월 우주 체류가 아닌 더 깊은(또는 더 먼) 우주로 장기간 여행할 경우 인간 뇌 등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를 깊이 연구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2일 의학 분야 권위 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렸다.


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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