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품 산업과 사회 인프라, 노사·고용 등을 고려한 국가 차원의 로드맵이 시급하다.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만 집중해서는 시장 선점 기회를 잃는 것은 물론 기존의 산업 생태계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2025년까지 자동차 산업과 시장 관련 정책·지원 비중을 내연기관차 70%, 자율주행차 30%로 한 국가 로드맵을 마련한다. 2025년 이후부터 단계별로 친환경차 기반의 자율주행차 비중을 서서히 늘려 가는 국가 구상이다.
독일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에 집중된 만큼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현실 기술 구현과 사회 인프라, 노사 고용 체계까지 고려한 전략을 마련해 관련 산업계와 공감대를 끌어낸 로드맵이다.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의 자율주행차 로드맵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완전 자율주행차 기술의 현실성부터 교통 체계나 사고·보험처리 등 법체계, 상업화 기준 등은 고려하지 않고 화려한 미래 모습만 바라고 있다”면서 “자율주행차로 벌어질 부품 산업의 변화와 고용, 사회 인식까지 고려해 다양한 산업 계층 간 논의를 바탕으로 한 국가 차원의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전 자율주행차로 공유경제 같은 새로운 서비스 모델도 나오고 통신, 부품, 소프트웨어(SW), 반도체, 보안 업계까지 관련 기술 확보에 혈안인 상황에서 기존 자동차 및 전장·부품 산업이 변화할 수 있는 시간과 동기 부여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로 전면 전환할 경우 기존 부품 협력사들은 큰 혼선을 겪게 된다. 기존 협력 생태계도 사업을 함께 전환하거나 다른 비즈니스를 준비할 예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존 자동차 산업에서 일해 온 엔지니어나 딜러 등의 고용과 역할 전환 등도 큰 그림 속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율주행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회 인프라 구축을 통한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 김정하 국민대 자동차융합대학 교수(학장)는 “자율주행차 한 대에 센서 등 부품 비용만 2억~3억원이다. 이 같은 고가의 차를 소비자가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율 주행 구현을 위해 모든 기술을 다 담으려고 하지 말고 자율 주행에 최적화된 '스마트 시티'를 구축, 현실에 맞는 기술 구현과 시장 가능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반도로에 자율주행차가 다니면 수천만원 하는 고가의 레이더·라이다 센서, 고성능 카메라, 통신장치, 3D맵 등 관련 기술이 다 필요하지만 스마트 시티 구축으로 이 같은 복잡한 기술이나 장치 구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 업체 고위 관계자는 “자율 주행 5단계인 완전 자율 주행이 가능한 시점은 여전히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직 현실에 어울리지 않다”면서 “자동차 시장이 요구하는 건 친환경, 사회 교통 효율성, 안전 강화인데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자율 주행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