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소속 공익 재단 운영 실태 전수 조사에 나선다.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공익 재단이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수단으로 이용되지는 않는지를 점검한다. 이와 함께 지주회사의 불공정 브랜드 로열티 수취 등 수익 구조 문제 조사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5대 그룹 전문경영인들과 만나 “(최근 신설된) 기업집단국이 무엇을 할지 말하겠다”면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 재단의 운영 실태를 전수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김 위원장이 지난 6월 4대 그룹(롯데 제외) 전문경영인과 만나 “기업 자발의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당부한 이후 이행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다시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일정 요건을 충족시키면 (정부가) 공익 재단에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면서 “공익 재단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의결권 제한 등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지주회사 수익 구조 실태도 조사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지주회사는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금이 주된 수입이 돼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브랜드 로열티와 컨설팅 수수료, 심지어 건물 수수료 등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런 수익 구조가 지주회사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지, 그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문제는 없는지, 나아가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인지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로열티 등 명목으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점검한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당시 기준으로 총수가 있는 41개 대기업집단 브랜드 로열티 현황을 조사한 바 있다. 올해 초 일부 기업에 브랜드 로열티 관련 자료 추가 제출을 요구, 재조사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회동 때 김 위원장이 당부한 기업의 '자발 변화'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5대 그룹이 선도해서 상생 협력 방안을 만들어 실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면서도 “일반 국민 입장에서, 또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공약에 비춰볼 때 기업의 자발 개혁 의지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5대 그룹 회동 후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6월 간담회 이후 4개월 만인데 기업이 바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다만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인들은 저에게 변화에 필요한 시간을 달라고 했고, (저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면서 “다만 너무 많이 드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