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90>신뢰 다루기

어느 날 한 가지 실험을 하기로 했다. 실마리는 앞니가 큰 설치류에서 찾았다. 다른 개체가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이들 설치류의 뇌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했다.

시험에는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쌍이 된다. 한 사람은 돈을 보내고 다른 사람은 그것을 받는다. 단지 이 과정에서 예정된 금액의 세 배가 입금되게 했다. 보내는 사람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선택은 수령인에게 있다. 잘못 입금된 사실을 보낸 사람에게 알려줄 수도 있고, 알려주지 않아도 그만이다. 사실대로 알리면 차액은 두 사람이 나눠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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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서로 온전히 신뢰한다면 애초에 큰 액수를 보내고 그런 사실을 통보한다. 반대로 신뢰가 낮다면 작은 돈을 보내 신뢰 여부를 확인한다. 시험 결과는 흥미롭다. 큰돈을 입금 받은 수령인의 뇌는 더 많은 옥시토신을 분비했다. 그리고 더 많은 옥시토신이 분비될수록 잘못 입금된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리고 있었다.

많은 학자는 신뢰가 소비자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다. '신뢰:고성과 기업을 만드는 과학' 저자인 폴 자크는 고신뢰 기업의 생산성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50% 높다고 말한다. 많은 기업은 소비자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을 가치로 전환하는 데에는 실패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댑티브패스의 설립자 피터 머홀츠는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말한다. 첫 사례는 자포스다. 온라인 매장에서 신발을 구입한다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발에 맞으리란 기대는 금물이다. 온라인 쇼핑에서 이런 상식은 걸림돌이다. 자포스에서는 배송 받은 신발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돌려보내면 그만이다. 배송은 무료다. 반송에 이유를 붙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선택에 걸림돌이 있다. 소비자 신뢰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악의성이 없다는 믿음이 필요했다.

다른 사례는 아마존이다. 상품과 관련해 솔직한 후기를 공개하는 것은 누구도 해본 적 없는 선택이다. 사용 후기가 나쁘다는 것은 팔지 말자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아마존은 온라인 판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솔직한 정보가 우선이라고 봤다. 고객이 그것을 전달해 주리라 믿었다. 고객을 신뢰하지 못했다면 선택은 달라야 했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연회비 79달러로 무제한 2일 배송을 약속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선택이 아니다. 고객이 서비스를 악용한다면 비용은 걷잡을 수 없다. 결국 온라인 쇼핑을 배송비 걱정 없이도 되는 간단한 일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고객 신뢰가 있다.

놀라운 사례도 있다. 미국의 USAA(United States Automobile Association)는 독특한 보험사다. 1922년 25명의 육군 장교들이 만든 자가보험에서 시작했다. 1차 세계대전 직후 군인들은 고위험 고객으로 비쳐졌고, 받아줄 보험사를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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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현역과 퇴역 군인, 가족들만 고객으로 하는 보험금융사다. 그런 탓에 독특한 고객 동질성은 있겠지만 개인수표를 사진으로 찍어 이메일로 보내온 것으로 입금 처리를 해 주는 것은 상식과 사뭇 거리가 있다. 이들에게 고객은 신뢰보다는 의심이 우선이다. 금융 사기나 채불 위험 대상으로 보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USAA의 제안은 가치가 있다. 고객을 신뢰한다는 의미였고, 경쟁자가 따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고객에게 진정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원한다면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그러나 정작 기업은 비슷비슷한 제안만을 내밀기 마련이다. 혁신 기업이 찾은 방식은 다소 생소하고, 심지어 고객이 기대해 보지 못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고객 신뢰에 있다. 그런 탓에 일견 따라 하기 쉬워 보이지만 함부로 택하지 못하는 방법이 됐다. 아마존이나 USAA 같은 혁신 기업의 브랜드를 만드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2009년에 아마존은 자포스 전 주식을 12억달러에 사들인다. 신뢰 가치를 경험한 기업에 신뢰를 믿는 기업의 논리는 가치 있게 다가왔는가 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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