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37>전자정부, 또 다른 50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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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전자정부 50주년이 되는 해다. 1967년 경제기획원 인구센서스 통계 조사를 시작으로 총무처 행정전산화 사업, 1980년대 행정·국방·공안·교육연구·금융망을 구축한 국가 기간 전산망 사업이 전자정부 기초를 마련했다. 2000년대 김대중 정부가 11대 과제로 민원 서비스를 확대하고, 노무현 정부가 31대 과제로 통합 전자정부를 구축한 결과 우리나라 전자정부는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정부조달시스템, 국정과제실시간시스템(e지원), 수출입물류시스템, 범정부통합전산환경, 행정정보공유시스템 등이 국민 편의성과 정부 효율성 증대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 해도 이런 단기간 업적은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서 이룬 역사 사건임에 틀림없다.

지난 10년 동안 약간 주춤했지만 전자정부는 계속 발전해 왔다. 집에서 호적등본을 발급받을 수 있고, 출입국 신고서도 사라졌다. 공무원이 보고서 작성을 위해 사무실로 복귀하지 않고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작업할 수 있는 것도 전자정부 덕분이다. 아직도 사업자등록증 등 공인증명서가 정부 부처 사이에서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짜증스럽지만 전자정부 덕분에 국민의 삶이 편리해진 것은 확실하다. 전자정부는 우리나라 민주화와 정부 투명성 확보에도 기여했다. 정부와 국민의 사회 연결망 활용으로 촛불 집회와 신고리 원전 공론화 과정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경험했고, 정부의 내부 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행정정보공유시스템의 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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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 전산서비스 개시

오늘날의 전자정부는 또 다른 50년을 설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자정부도 이를 기반으로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2016년 정부는 '전자정부 2020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을 핵심 수단으로 하는 지능형 전자정부를 구현하기로 했다.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개인 맞춤형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특히 부처 간 상호 협력이 필수인 다부처 서비스는 협력이 절대 필요함에도 부처 간 협력과 지원이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또 AI 결정에 의해 스스로 진화하는 정부는 생각뿐이다. 정부의 업무 프로세스가 구태의연하기 때문이다. 업무 프로세스에 기초한 전자정부에서 전자정부에 기초한 업무 프로세스로 혁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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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초 도입한 행정업무용 컴퓨터 IBM 1401.

지능형 전자정부의 부작용도 고민해야 한다. 프로세스 자동화로 발생하는 잉여 인력에게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고 지능형 전자정부 관리에 익숙해질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자기 진화형 변화 때문에 생기는 컴퓨터와 인간 갈등의 해결, 정보 격차로 생기는 전자정부 서비스의 차별 혜택, 개인 정보 및 인권 보호 등은 국가 주도로 해결해야 한다.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정보의 중앙 집중에 의한 권력 편중도 잠복된 문제다.

그동안 전자정부는 많이 아팠다. 정권 교체가 점령군으로 행세했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로 국민을 섬기고 행복하게 하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전자정부는 정권에 종속되지 않고 지속 발전해야 한다. 세계 1위 전자정부였다고 해서 지능형 전자정부가 자동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부단한 노력과 파격 투자가 동반하지 않으면 우리 전자정부도 구닥다리 유물로 전락할 수 있다. 국민의 사랑을 먹고 성장하는 지능형 전자정부 실현으로 한류 전자정부를 세계에 수출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전자정부의 미래 50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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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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