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차세대 프로젝트가 시작부터 법정 공방에 휘말렸다. 관련 업계는 한전이 자회사 한전KDN을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 차세대 업무시스템 구축 관련 PI 및 요건 정의' 사업이 제안업체가 제기한 입찰 중지 가처분신청으로 진행이 중단됐다. 입찰 절차를 진행 중인 광주지방조달청은 이달 말 법원 판결이 이뤄진 후 진행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이다.
123억원 규모 PI 프로젝트는 지난달 1차 입찰에서 한전KDN컨소시엄과 딜로이트컨소시엄이 제안에 참여했다. 평가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한전KDN컨소시엄이 입찰 취소를 조달청에 제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딜로이트컨소시엄 측은 한전KDN컨소시엄이 참여 업체 서류 미비로 감점을 받게 될 위기에 처하자 고의로 유찰을 유도하기 위해 입찰 취소 신청을 했다고 주장한다. 공공사업은 두개 이상 업체가 제안해 경쟁입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1차 입찰은 유찰된다.
딜로이트컨소시엄은 입찰 취소 신청이 받아들여진 직후 대전지방법원에 입찰 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12일 심문을 진행했고, 이달 말 판결을 내린다. 조달청은 우선 재입찰을 진행해 12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1차와 동일하게 한전KDN과 딜로이트컨소시엄이 제안했다. 광주지방조달청 관계자는 “법원의 가처분신청 판결이 나올 때까지 모든 입찰 절차는 중단한다”면서 “법원 판결에 따라 규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한전KDN을 밀어준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전은 한전KDN의 입찰 참여나 입찰 취소 모두 한전KDN이 결정한 사항이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전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기업 참여제한 예외적용을 신청했던 사업”이라면서 “한전KDN을 밀어준다면 예외적용을 신청 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절차상으로도 법적으로 진행된 상황에 발주기관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전KDN은 입찰참여 취소가 유찰을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전KDN 관계자는 “입찰 업체가 몇 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컨소시엄 참여 업체의 중대한 문제를 발견해 입찰 취소를 신청했다”면서 “유찰을 의도한 입찰참여 신청 취소라는 주장은 추측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전 차세대 PI사업은 대규모 비용이 소요될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 자체개발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 사업이다. 당초 10월에 착수해 1년간 진행할 계획이었다. 후속 본 사업 참여 가능성 때문에 관련 IT서비스, 컨설팅,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부터 관심이 높다.
한전이 ERP 자체개발을 확정하면 대기업 중 첫 사례다. 한전은 2006년 SAP ERP를 도입해 올해 가동 11년째다. 노후화 된 하드웨어(HW) 교체와 추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정비가 필요하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