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아이폰8 플러스'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애플이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출시 초반인 만큼 이번 사태가 '배터리 게이트' 수준으로 확산될지, 초기에 진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22일 출시 이후 아이폰8 플러스 배터리가 팽창하는 사례가 처음 보고된 곳은 대만이다. 대만에서 한 사용자가 구매한 지 사흘 된 아이폰8 플러스가 충전 도중에 부풀어 올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일본에서도 한 사용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아이폰8 플러스의 배터리 부분이 부풀어 오른 사진을 게재했다. 이달 5일에는 중국 광저우의 한 사용자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입한 아이폰8 플러스 제품을 배송 받아 포장을 뜯었을 때 배터리가 부푼 상태였다고 전했다. 캐나다, 그리스에서도 관련 제보가 나왔다.
배터리 불량 신고가 잇따르자 애플은 지난 6일(현지시간) “이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면서 “현재 조사하고 있다”는 공식 성명을 내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아이폰8 플러스 품질 문제가 배터리 '스웰링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내부 전해액이 소모되면서 가스가 발생,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 현상은 주로 수명이 다된 배터리에서 나타난다. 이번처럼 출시가 갓 이뤄진 스마트폰에서 나타난 것은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 결함으로 추측된다.
문제가 된 아이폰8 플러스 배터리를 공급한 업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애플은 한국, 중국, 일본 등에 있는 4~5개 제조사에서 아이폰용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그 가운데 중국 업체 비중이 높다.
업계에서는 아이폰8 스웰링 문제가 또 한 번의 '배터리 게이트'로 확산될 가능성은 일단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불량품이 단 몇 대로 판매량 대비 적은 수준이고, 발화 사고 등을 유발할 가능성 또한 희박하기 때문이다.
선우준 TOP21 대표는 “제조 공정에서 가스를 충분히 제거하지 않거나 원가 절감 등 이유로 스웰링을 억제하는 전해액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출하 후 6개월 이내에 스웰링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특히 파우치 전지는 캔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스웰링이 더 잘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우 대표는 “다만 스웰링은 필드 사고가 아니라 품질 사고이기 때문에 리콜 조치는 취할 필요가 없다”면서 “해당 제품만 반송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해 초유의 갤럭시노트7 발화와 단종 사태를 겪은 만큼 업계와 시장에서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외신도 이 같은 우려를 전하고 있다.
중국 관차저왕은 “이번 사건이 중국 내에서 아이폰8 판매에 난처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제품 결함으로 밝혀질 경우 애플이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고로 손해를 본 삼성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더버지도 업계 애널리스트 발언을 인용해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 배터리에서 스웰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례”라면서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진단하기는 이르지만 배터리 불량이 초래할 잠재된 문제를 감안할 때 애플 경영진에는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