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장관, “'쉬운 해고' 양대 지침 폐기"…재계, 고용 유연성 약화 우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저성과자 해고를 허용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 양대 지침 폐기를 발표했다. 재계는 고용시장 유연성이 약화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고용노동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영주 장관 주재로 47개 산하 기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첫 전국 기관장 회의를 열고 노동개혁 양대 지침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해 노동계가 '쉬운 해고'라고 강하게 반발한 양대 지침이 1년 8개월 만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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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양대 지침은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이다. 공정인사 지침은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도록 일반해고를 허용했다.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은 사업주가 노동자에 불리한 근로조건을 도입할 때 노조나 노동자 과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고용부는 회의에서 양대 지침 도입 과정에서 노사 간 충분한 협의가 부족했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돼 노정 갈등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양대 지침 적용 과정에서도 노사 갈등, 민·형사상 소송 등 혼란이 지속돼 폐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양대 지침 폐기로 사회적 대화 복원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김영주 장관은 기관장에게 “더 이상 2대 지침으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와 노사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양대 지침 폐기를 오늘 선언했다고 해서 이미 노사 합의가 된 사업장에서 바로 내일 시행하라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폐기선언 했지만 노사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곳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며 “노사 협의나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될 행정을 고용부가 지침을 내린 것에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라고 지적했고, 그런 의미에서 양대 지침 폐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정부는 파견업종에 맞는 파견 회사는 이어져야(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산업이 다 정규직으로 갈 수 없고, 양대 지침 폐지를 고용유연성와 연관시키는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견법은 파견법대로 유지하고 위험한 일은 외주를 많이 주다보니까 (안전)사고가 많이 난다”며 “그런 부분을 정규직화하고 계절 산업이라던가, 특수성이라든가 이런 곳은 유연성 있게 임시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양대 지침 폐기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 정부 노사 정책이 노조 중심으로 치우친다는 불만이다.

김 장관은 파리바게뜨 본사 불법파견 결론과 시정명령 관련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없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김 장관은 “어떤 기업을 대표적으로 또는 본보기로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랫동안 언론과 국회에서 문제제기 했던 부분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부분은 모든 국민이 원하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법과 제도만 지켜져도 우리 사회의 노사분규 등 분쟁이 많이 줄어든다는 생각을 갖고 장관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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