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부터 흔들리는 '중소벤처부'...식물 부처 장기화 불가피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등 현안 표류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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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현판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 초기부터 흔들리고 있다.

역사관과 종교관 논란을 빚은 박성진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자가 끝내 자진 사퇴하면서 중소벤처부가 첫 발도 떼지 못한 채 식물 부처로 전락할 우려가 제기된다.

국가 창업벤처 활성화, 대·중소기업 정책 불균형,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생계형 적합 업종 법제화 등 중소·벤처·소상공인이 당면한 현안 표류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소벤처부는 문재인 정부가 과거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기업 중심 경제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신설한 부처다. 정부 역사상 청 단위 기관에서 부처로 유일하게 격상됐다.

새 정부가 출범 한 지 넉 달이 넘었으나 중소벤처부는 아직 수장을 찾지 못해 정책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 주도 성장을 주도할 중소·벤처 전담 부처로 기대를 모았지만, 새 정부 출범 후 4개월째 계속 '제자리'다.

그간 박 후보자 인사 청문회 준비에 전력투구해 온 중소벤처부는 사실상 '패닉'에 빠졌다.

박 후보자의 낙마로 중소벤처부 조직 내부도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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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공백 장기화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정책 결정권자 부재로 각종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당초 지난달 발표하려 했던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은 언제 발표할 지 기약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소벤처부 내부적으로는 박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하면 보고 후 발표하려 한 차례 연기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새로운 장관이 취임할 때까지 다시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 됐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소상공인 관련 현안 문제도 마찬가지다. 소상공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관이 직접 나서 정책을 진두지휘해야 하나 현재로서는 그럴 여력이 없다.

정책을 이끌고 갈 부처 내부 조직 정비도 시급하다.

현재 내부 모든 인사가 '올 스톱'이다. 기획조정실만 제외하고 중소기업정책실·창업벤처혁신실·소상공인정책실 3개 실장 직위가 모두 공석이다. 국과장급 인사도 멈췄다. 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셈이다.

당장 다음달 16일로 예정된 국정감사도 장관 없이 치러야 할 형편이다.

청와대가 서둘러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다 하더라도 다음달 초에는 추석 연휴가 최장 열흘이나 잡혀있는데다 그 다음주에는 국회 국감이 잡혀 있어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어렵다.

이후 순조롭게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더라도 각종 절차를 감안하면 10월 말, 11월 초가 돼야 장관 취임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처 승격 후 처음 맞는 국감임에도 장관 없이 국감을 치러야 하는 이유다.

내년 예산 수립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관행적으로 11월이면 기관 내부적으로 차기연도 예산 수립을 마쳐야 한다. 12월 초까지 기관 예산을 국회에 통과시켜야 하는 만큼 장관이 전체 사업과 예산을 들여다보고 조율·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내년부터는 새 정부가 국가 정책을 강력하게 드라이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리부터 어느 정책에 예산을 더 투입하고 집중해야 할 지 꼼꼼하게 예산을 챙겨야 한다.

현 상황으로는 장관이 취임하더라도 예산을 세심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 짜여진 예산을 보고받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중소벤처부 수장 공백에 따른 혼선을 최소화하려면 청와대의 조속한 인사 대처와 적합한 인사 지명이 시급하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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