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집 Ⅱ]우리의 미래<4>교육

지난 100년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사회 변화가 일어난 시기였다. 기술 진보 속에 자동차·전화기 같은 사물 형태는 물론 사회 구조 또한 격변했다.

그러나 유독 교육 환경만큼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100년 전 교실 사진과 현재 교실 사진을 비교하면 책상 등 기자재와 학생 옷차림 정도가 바뀌었을 뿐이다. 교실에서 교사가 칠판에 판서를 하면서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한다. 학생은 노트에 이를 받아 적으면서 교사의 설명을 이해한다. 이후 시험과 면접 등 평가과정을 거치는 것이 100년 전, 그리고 지금의 교육 형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이제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는 데 세계 교육 전문가가 의견을 함께 한다. 지식전달-이해-평가 체계로 이뤄진 기존 교육은 기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누구나 쉽게 방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맞지 않는 형태다. 이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활용하는 능력, 질문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 체계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이종욱 한국교총 초등교사회장은 대한민국 미래교육보고서를 통해 “플립러닝과 STAD(팀 성취 보상학습) 협동학습의 조합이 미래 교육의 한 모습”이라고 제시했다.

플립러닝은 기존 방식을 뒤집는 학습 방식을 말한다. 학생들이 교사가 제작한 강의 영상을 보면서 스스로 공부하고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푸는 일이나 심화학습을 하는 형태를 주로 일컫는다.

플립러닝은 개별학습 성격이 짙기 때문에 지나친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이 회장은 “협동학습의 STAD 모델 융합을 통해 플립러닝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학 수업을 예로 들 수 있다. 학생이 아침 자습 시간을 통해 교사가 제작한 곱셈 동영상으로 주제를 이해한다. 수업이 시작되면 4~5명의 팀으로 나뉘어서 동영상으로 본 내용을 서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이해도를 높인다. 교사가 각 팀에 다소 복잡한 연습문제를 나눠 주고 모두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 인원 수 만큼 문제를 내주고 각자 풀게 한 후 문제를 푼 학생이 다른 팀원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시험을 통해 우수팀을 뽑아 칭찬하는 형태다.

동영상으로 지식 이해의 효율성을 높이고 협동학습 과정에서 팀원들에게 설명해 주면서 분석력까지 높일 수 있다. 협동 하면서 의사소통의 기술과 민주시민의 기초 능력도 기를 수 있다.

미래에는 이해와 지식 습득의 수준도 디지털 세계의 힘을 얻어 높아질 전망이다. 텍스트를 통해 개념으로만 받아들이고 암기하던 사회·과학 현상을 실감나는 콘텐츠로 완전히 체화할 수 있다. 화산이 폭발하는 과정, 지진이 일어나는 과정 등을 동영상으로 보고, 우주의 신비도 사진이 아닌 입체로 경험한다. 국내에서도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서서히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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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열린 이러닝박람회에서 어린이들이 새로운 교육 기자재를 체험하는 모습 <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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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열린 이러닝박람회에서 학생들이 가상현실기기를 통해 화산폭발 현상을 체험하고 있다. <전자신문 DB>

디지털 세계의 강점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없앤다는 것이다. 단순히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학생과 함께 실시간으로 교류하면서 진행할 수 있다. 도시와 농촌 학생이 화상시스템을 통해 농사의 기본에 대해 함께 공부하면서 토론한다.

이뿐만 아니라 체육활동의 제약도 줄어든다.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가상현실(VR) 체험으로 실감나는 체육수업을 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공단은 지난해 6월부터 서울 옥수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가상현실스포츠교실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운동장이나 체육관 같은 대규모 공간이나 시설이 없어도 교실 정도 공간에서 안전하고 재미있는 체육활동이 가능하다. 교사와 학생 모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문체부 관계자는 “주목할 점은 몸이 불편하거나 둔해서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까지도 가상현실 스포츠실이 설치된 이후에는 체육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면서 “이에 착안해 신체·사회적 제약으로 체육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학생이 많은 초등학교를 위주로 가상현실스포츠실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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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초등학교의 가상현실스포츠실. 제공=문화체육관광부

교사가 가르치지 않아도 기본 지식을 얻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콘텐츠가 많다 보니, 교사의 역할도 바뀐다. 학생이 정말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역량을 기르도록 돕는 역할이다.

차남주 씽킹메이킹 대표는 “핀란드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에듀 플랜을 짤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지식의 홍수에서 학생이 가장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멘토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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