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말 많고 탈 많은 대학재정지원사업

인하대는 지난해 교육부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 선정에서 탈락한 후 내홍을 겪었다. 인하대는 지난해 프라임 사업 선정을 앞두고 10개 단과대학을 7개로 통합하고 유사 학과를 융합, 총 59개에서 52개로 줄이는 구조 조정을 단행하려다 교수와 학생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사업에 탈락한 후에도 구조 조정을 추진했지만 내부 반발에 무산됐다. 이때 시작된 갈등에 다른 사업 이견까지 쌓이면서 지난달 교수회가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까지 냈다. 인하대 관계자는 “사업 신청 당시 갈등이 있었으나 지금은 구조조정 문제는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인하대 학내 갈등은 교육부의 무리한 대학재정지원 사업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프라임 사업 외에도 국립대의 경우 총장 선출과 재정 지원 사업을 연계하는 등 대학재정지원 사업이 대학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연간 1조5000억원 이상 투입되는 대학재정지원 사업의 대개편이 시급하다. 수백억원의 대규모 재정이 한 대학에 투입되는 사업이 많다 보니 상당수 대학이 재정 사업을 '따내는' 일에만 혈안이 됐다.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수치에만 매몰됐다. 대학 본연의 임무인 미래 인재 양성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뿐만 아니라 중복 사업과 각종 특혜 의혹 등 잡음까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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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2일 링크플러스 사업단 출범식에서, 각 사업단장들이 청렴서약을 하고 있다

◇대학재정지원 사업, 무엇이 문제

프라임 사업은 지난해 선정 당시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 지원으로 화제를 모았다. 동시에 순수 학문을 소외시키고 무리한 대학 구조 조정을 강요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졸지에 구조 조정 대상이 된 인문사회계열 교수와 학생들의 비판이 거셌다.

프라임은 대학의 인력 배출과 미래 인력 수요가 맞지 않아 수요 공급 간 불균형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이공계처럼 미래 수요가 많은 분야 정원을 확대하고, 수요가 적을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는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5월 최종 선정 결과 대형은 연간 150억원씩 3년 동안 지원받는 대학 9개, 소형은 50억원씩 12개 대학이 각각 선정됐다. 300억원을 지원받을 정도로 대규모 사업을 펼치는 학교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300억원 지원 대상 학교는 나오지 않았다.

재정 지원 규모가 크다 보니 총 75개 대학이 지원했다. 각 대학은 사회 수요에 맞춰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을 선정한다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냈다. 수요가 줄 것으로 예측되는 학과의 정원을 무리하게 축소했다. 국문과와 전자·전파를 합쳐 웹툰학과를 만들겠다는 황당한 아이디어까지 나왔다. 해당 학교는 선정되지 않았지만 정원 조정을 위해 무리하게 융합학과를 만들려고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구조 조정 반대 여론과 문제의식 때문에 서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은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교육부도 선정 당시 학내 합의를 중요한 기준으로 판단, 내부 갈등이 심한 학교는 대부분 떨어졌다.

이 와중에 특혜 논란까지 있었다. 지난 3월 감사원은 교육부가 지난해 프라임 사업 대상을 선정하면서 중간에 선정 기준을 변경, 수도권 지역 지원 학교 가운데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상명대를 탈락시키고 후 순위이던 이화여대를 최종 선정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특혜·비리 논란 때문에 올해 링크플러스 사업 출범식에서는 참여한 모든 대학이 청렴서약을 하기도 했다.

김진규 고려대 교수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전망치 정도에 의존해 구조 조정까지 하면서 대응하라고 한다면 공감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융합 사회에 발맞춰 교육을 개혁하려면 심도 있는 연구와 구성원 간 충분한 협의에 따른 보텀업 방식이 필요하다”면서 “톱다운으로 개혁하려다 보니 무리수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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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2일 링크플러스 사업단 출범식에서, 각 사업단장들이 청렴서약을 하고 있다

◇수술대 오른 대학재정지원 사업

문재인 대통령은 프라임을 비롯해 대학재정지원 사업 논란과 부작용이 반복되자 후보 시절 이 사업의 개편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교육부도 몇 개 사업의 구조를 단순화하는 차원을 넘어 사업 전면 개편 방침을 굳혔다.

대학재정지원 사업은 정부가 정한 목적에 따라 작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백억원 재정이 투입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BK21 플러스, 대학특성화사업(CK),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사업(PRIME), 대학인문역량강화(CORE),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 사업, 여성공학인재양성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 전문대 산학협력 선도 대학 육성 사업,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 등이 운영됐다. 이 가운데 링크 사업과 사회맞춤형학과 활성화 사업 등은 올해 7월 링크플러스 사업으로 통합됐다.

링크플러스 사업은 올해만 총 3271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재정 지원 사업이다. 지난해 7월 발표된 대학재정지원 사업 개편 방향에 따라 추진하는 첫 사업이다. 산·학 협력 모델과 사회 수요에 맞는 모델 창출이 핵심이다. 특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첫 개편 사업인 링크플러스 사업에서는 재정 지원 사업 최초로 평가위원 공모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BK21플러스 사업은 연구 지원 및 대학특성화지원 사업부터 여성공학인재양성 사업 등 6개는 대학·전문대 특성화지원 사업,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은 대학 자율역량강화지원 사업으로 각각 개편·통합된다.

교육부는 개편 방안에 대한 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말까지 정책 연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2019년부터 적용하기 위해서는 내년 5월 31일까지 부처 내부 예산안이 나와야 한다. 교육부는 이에 맞춰 연말에 개편안을 내놓고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내년 5월에는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개편안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대학의 자율성 대폭 확대 △대학재정지원 사업을 단계별 개편해 '연구, 교육, 산학협력, 대학자율역량강화'로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사업 목적과 방식을 톱다운 방식으로 정하고 대학을 줄 세우기 하던 방식을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사업별로 고유 목적이 있음에도 사업 종류가 너무 많아 결국 유사·중복되는 일이 발생한 것도 단순화하겠다는 주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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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발표한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 방향. 여러 사업들이 같은 색깔의 통합 사업으로 개편된다. 출처=교육부

김상곤 부총리는 최근 대학교육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대학에 목적을 두고 재정을 지원했지만 이제는 이를 해소하고 일반 재정 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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