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전통 유통가, 4차산업혁명에 접속...'스마트쇼핑' 신시장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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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오프라인 유통가에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거세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전통의 유통 사업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 쇼핑'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 수년간 온라인·모바일쇼핑, 해외 직접구매(직구) 등 비대면 플랫폼으로 상품 구매 채널이 확대되면서 고객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 시장에서는 매일 상품을 사고파는 활동이 수없이 반복된다. 타 산업에 비해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어 기술 고도화에 유리하다. 생존을 위해 스마트 쇼핑 시장에 뛰어든 오프라인 유통 사업자와 ICT 업계의 합종연횡이 한층 확산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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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개인화 서비스 개념도

◇백화점, ICT로 재도약 노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발표한 온·오프라인의 주요 유통업체 월매출 매출 증감 현황에 따르면 백화점 업계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 하락을 기록했다. 가정용품 부문의 매출(10.2%)은 늘었지만 나머지 부문이 일제히 줄었다. 전체 매출은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방문 고객과 구매 단가는 각각 0.4%, 1.3% 떨어졌다. 클릭이나 터치 몇 번으로 백화점보다 저렴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모바일쇼핑으로 고객이 몰렸기 때문이다.

고객 이탈과 수익 악화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백화점 업계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ICT를 발판 삼아 반등을 노리고 있다. 쇼핑 편의를 강화한 서비스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워 20~30대 젊은 층을 포함한 모객 효과를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롯데는 온·오프라인 어디서나 동일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옴니채널' 전략에 IBM 왓슨 AI를 활용하고 있다. 연내에 챗봇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앱) '쇼핑 어드바이저'를 선보일 계획이다. 고객들이 챗봇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상품 추천 및 매장 설명, 온라인 픽업 서비스 안내 등을 받아볼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상반기 그룹 사장단회의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기업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면서 “롯데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신기술의 연결 고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세계백화점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기반 서비스에 초첨을 맞췄다. 최근 업계 처음으로 고객 맞춤형 일대일 소통 서비스 'S마인드'를 자체 개발했다. 30여명의 내부 인력과 신세계I&C, 데이터 분석 업체와 4년여 동안 S마인드를 개발했다. 백화점 업계의 대표 마케팅 수단인 '다이렉트 메일(DM)'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통 수단을 확보한 셈이다. 신세계는 이 같은 개인화 마케팅 시스템이 연 1000억원 이상 매출 증대 효과를 발생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쇼핑 도우미 로봇 '쇼핑봇'을 선보였다. 기본인 통역 서비스는 물론 춤을 추거나 사진을 인화해서 전달하는 기능을 갖췄다. 현재까지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내놓은 로봇 가운데 가장 진화된 형태다.

쇼핑봇은 한국어 기반의 음성 인식 통역 소프트웨어(SW) '한컴 말랑말랑 지니톡'을 탑재했다. 현재 영어, 일본어, 중국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으로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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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가 서울 양평점에 도입된 셀프계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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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 직원이 무인 스마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서 '핸드페이'를 시연했다.

◇대형마트·편의점, 사람이 사라진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각각 셀프 계산대와 무인 점포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무인 매장 '아마존 고(Go)'를 선보이면서 국내 업계의 관심이 커졌다.

고객은 기존처럼 계산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이 스스로 결제를 마칠 수 있다. 사업자는 캐셔를 비롯한 관련 인력 채용이 주는 등 인건비 절감이 가능하다. 고객이 쇼핑에 소요하는 시간을 줄이면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안산점, 킨텍스점 등 전국 89개 대형마트와 광화문점, 반포2점 등 4개 익스프레스 매장에서 총 390여대의 셀프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양평점과 서초점에 셀프 계산대를 각각 도입했다.

셀프 계산대는 상품가격 스캔부터 결제까지 모든 단계를 고객이 수행한다. 카드 및 현금 결제, 음성 안내 서비스, 멤버십카드 포인트 적립, 현금영수증 발급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서비스를 지원, 외국인 고객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 계열 편의점 사업자 세븐일레븐은 올 상반기에 스마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오픈했다. 세계 최초의 무인 편의점이다. 롯데카드, 롯데정보통신 등 그룹 계열사의 ICT 역량을 한데 모은 결과물이다.

매장 근무자는 고객 친절이나 매장 청결, 상품의 발주·진열 등 매장 관리 및 고객 서비스에만 집중한다. 고객은 계산원 없는 매장에서 물건을 골라 정맥 인증 결제 서비스 '핸드페이'로 구매할 수 있다.

해당 매장은 도시락 등 간편식 제품과 우유, 음료 등을 자동문이 적용된 냉장시설에 진열한다. 상단에 부착한 센서가 고객 접근 시 문이 자동으로 여닫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AI 기술 발전에 따라 무인 서비스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유통 서비스 분야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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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킨라빈스 키오스크 형태 아이스크림 자판기

◇'푸드테크', 식품·외식업계 핵심 키워드

전통식품·외식업계는 식품 유통과 ICT를 융합한 '푸드테크' 도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과거 일일이 전화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대면으로 주문받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 편의를 극대화하면서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에 나섰다.

SPC그룹 비알코리아의 배스킨라빈스는 최근 '아이스크림 자동주문기(ATM)'을 시험 운용했다. 매장 운영 시간과 관계없이 24시간 아이스크림을 구매할 수 있는 키오스크 형태 자판기다. ATM 전면의 대형 터치스크린패널(TSP)로 제품을 선택한 후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점포 운영 시간과 관계없이 언제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고객이 대기하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는 온라인 주문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들이는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의 일종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원하는 매장을 골라 주문·결제할 수 있다. 선택한 매장에서 줄을 설 필요 없이 빠르게 음료를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스타벅스는 SK텔레콤의 AI 기반 스피커 '누구'에 사이렌 오더 기능을 연동할 계획이다. 모바일 앱에 접속하지 않고 사용자 음성만으로 스타벅스 매장 선택, 주문, 결제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동원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동원몰은 최근 PC 웹에서 IMB 왓슨 AI 기반 챗봇 '푸디'의 실험 서비스를 개시했다. 인기 상품 추천은 물론 결제부터 배송, 교환 내용까지 채팅으로 안내한다. 동원그룹은 실험 서비스 기간에 챗봇의 자가 학습을 진행, 정식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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