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한미 FTA 폐기 속 경제위기 최고조…리스크 커지는데 산업정책은 '전무'

성장동력 키우는 '산업육성'은 뒷전…공정거래·분배에만 올인

북한 핵실험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론 등으로 한국 경제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했지만 정부의 산업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일자리와 복지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성장은 뒷전으로 밀렸다.

4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지난 100일 동안 발표한 주요 정책 55건 가운데 '산업 육성책'은 단 한 건도 없었다. 100일 이후 나온 정책에서도 산업 진흥책을 찾아보긴 어렵다.

경제 분야 정책으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영세 지원 대책,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 관행 개선 등이 주를 이뤘다. 민생 분야 정책으론 물가 대응 방안, 통신비 절감 대책 등에 그쳤다. 공정 거래와 분배에 '올인'했다. 성장 동력을 키우는 '산업 정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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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다음 주에 출범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총리급 위원장에서 지위가 격하됐다. 중앙부처 장관의 참여율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4차 산업혁명 핵심 축인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정책도 소식이 없다. 통신비 인하가 산업 육성 정책을 대신했다. 청와대 내 미래수석실 폐지로 ICT 전담 조직도 없어지면서 정책까지도 실종됐다는 평가다. ICT 홀대론이 현실화됐다.

이번 주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순방에서도 '경제협력'보다는 '한반도 안보'가 주요 이슈로 대체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순방을 핵실험 정국에서 외교 해법 모색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예산안은 현 정부의 산업 홀대를 여실히 드러냈다. 사상 최대 규모인 429조원의 예산 가운데 3분의 1이 일자리와 복지 분야에 반영됐다. 산업·기술지원 투자 예산은 구조 조정으로 칼질을 당했다. 투자와 연구개발(R&D) 시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는 규모는 줄어들었다. 국정 과제 핵심인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예산도 1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복지를 기반으로 한 수요 중심 성장은 강조됐지만 기업 혁신을 통한 공급 중심 성장은 외면됐다. 산업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경제 정책은 뒷전으로 밀렸다. 분배에만 매몰됐다.

기업 관계자는 “일부 산업계는 정책 '소외'를 넘어 '속박', 심지어 '적폐' 수준이라는 푸념까지 들린다”면서 “정부가 대기업을 '개혁' 대상으로만 여기면서 대기업 중심 제조 혁신이나 성장 정책은 완전히 배제된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특단의 산업 정책 없이는 올해 3% 경제성장률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 FTA 폐지 논의와 북한 핵실험 감행 등 대형 악재까지 잇달아 터지면서 기업 경영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규건 한양대 경영학 교수는 “북핵 문제 등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경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당장 하반기 경제 성장률 3% 달성이 어려운 만큼 미래 성장 동력을 뒷받침할 산업 혁신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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