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일정이 시작돼 통신 관련 법률 이행 당사자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사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최대 쟁점은 단연 4조6000억원대 통신비 절감 대책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일각에선 과기정통부의 통신비 정책 추진 과정이 지나치게 밀어붙이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준비하는 반면에 과기정통부는 방어 논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정책 이행 과정에 대한 평가와 동시에 분리공시제와 보편요금제, 통신비 사회적 논의기구 등 후속 입법을 앞두고 물러섬 없는 논쟁이 예상된다.
◇4조6000억원대 통신비 절감 대책 보완책 나올까
국감 통신 분야의 최대 쟁점으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4조6000억원대 통신비 절감 대책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여야 간 이견이 없다.
과기정통부는 선택약정할인율 25%와 취약계층 요금 감면 확대 정책을 이미 자체 행정 처분과 고시 개정으로 시행을 확정했다. 선택약정할인율 25%로 이통사는 연간 1조원, 취약계층 할인으로 연간 5000억원 등 총 1조6000억원의 부담이 발생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민간 기업인 이통사에 통신 복지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기금 등을 통한 대안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A의원은 정보통신기금·방송통신발전기금 실태를 점검, 통신비 복지에 분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의 질의를 준비하고 있다.
여당에서도 B의원이 이통사 주파수 할당 대가 부담을 줄이는 방향의 전파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국감 질의를 통해 제반 준비 사항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이 남긴 여진은 국감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은 기존의 20% 할인율 가입자에 대한 소급 적용 방안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소급 적용 규정이 법률을 넘어선 지나친 기업 압박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리공시제·보편요금제 입법 추진 본격화
10월 국감에서는 정부 정책 시행 이외에도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분리공시제와 보편요금제 등 추가 통신비 절감 대책에 점검과 입법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분리공시제는 이통사와 제조사가 분담한 지원금을 분리, 소비자에게 알리는 제도다. 현재 6개 유사 법안이 계류돼 있다.
국감을 거쳐 10월 진행될 법안 국회에서 분리공시제 통과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요 당사자인 LG전자는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영업비밀 침해 우려를 들어 난색을 표하는 등 제조사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는 분리공시제도가 단말기 가격을 유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일부 이통사는 제조사가 공시지원금 대신 유통망에 대한 음성 리베이트 확대를 유도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보편 요금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도 본격화할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보편요금제 법안이 1건 계류 중이며, 과기정통부는 10월 2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이르면 11월 정기국회 기간에 법안을 발의한다.
정부가 직접 요금제를 설계해서 시장 지배 사업자의 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두고 야당에서는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며 비판하는 질의를 준비,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통법 후속 대책, 완전자급제 논의 본격화
현 정부의 통신 정책이 시장 구조 개혁을 통한 경쟁 활성화보다는 직접 및 인위성 통신비 인하 정책에 매몰됐다는 비판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 의원은 △경쟁 활성화를 위한 제4 이통 도입의 필요성과 제도 개선 방안 △이통 시장 다양화를 위한 진입 규제 완화 방안 등을 준비하고 있다.
시행 3년째를 맞이하는 이통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과 관련해선 분리공시제 도입과 같은 보완책 마련 논의와 동시에 전면 개편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9월 30일 일몰되는 지원금 상한제와 관련해 일부 여야 의원들은 시장 모니터링과 불법 행위 제재 강화 등 보완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단통법에 대해서는 폐지를 전제로 한 근본 대안 논의는 출발점에 설 전망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비례) 등이 준비하고 있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통사의 단말기 유통을 법률로 금지,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유통을 완전히 분리시킨다. 완전자급제법이 현실화되면 이통사 단말기 유통을 전제로 만들어진 단통법은 폐기 또는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리베이트와 불법이 횡행하는 현행 유통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팽배한 만큼 완전자급제 도입을 통한 근본 개혁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산업계와 전문가는 이번 국감에서도 정쟁이 아니라 현실에 맞고 실용성 있는 대안 논의를 주문했다.
국회입법 조사처는 '2017년 국정감사 정책자료'를 통해 “주요 정책에 대한 사회 합의 유도와 현실에 맞는 실용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통신 업계와 정책 당국의 경쟁 활성화와 신뢰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