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31>적폐청산의 양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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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만취해 들어온 아빠에게 아직 초등학생도 되지 않은 딸이 쯧쯧 혀를 차며 한마디한다. “우리 아빠는 적폐청산 대상이야.” 아이 엄마가 깔깔깔 웃으며 넘어가 다행이다.

사전은 적폐청산(積幣淸算)을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정, 비리 등 옳지 못한 일이나 해로운 현상을 깨끗이 씻어 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과 체제를 구축하는 긍정의 의미를 내포한다. 2017년 프랑스에서는 1차 대통령 선거 후보인 장뤼크 멜랑숑이 데가지슴, 즉 인물과 체제의 개편을 주창했다. 이에 경기 침체, 테러 등으로 지친 프랑스 국민은 새로운 인물 에마뉘엘 마크롱을 대통령으로 선택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촛불집회 때부터 구체제 붕괴는 물론 사회 전반에 만연돼 있는 부정 요소까지도 정리하겠다는 국민들의 요구로 정부 교체를 실현했고, 문재인 정부가 국정 과제에 적폐청산을 포함시키고 여당은 적폐청산 위원회를 가동시킴으로서 세인의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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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은 단순히 쌓인 쓰레기를 치운다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위해 환경을 정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과거를 정리하는 이유다. 그러나 자칫 적폐청산의 오남용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선택과 구현 과정에서의 지혜가 필요하다. 대표 사례가 정권 교체 이후에 흔히 발생하는 무조건적 인적 개편이다. 단순히 과거 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해고하고, 친하다고 해서 중책을 맡기는 어리석음이 반복되는 자체가 적폐일 수도 있다. 적폐청산은 항상 효과와 부작용의 저울질이 필요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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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성공을 위해서는 우선 무엇이 적폐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쓰레기를 잘못 정의하면 피를 제거하려다 벼까지 뽑아내는 멍청한 농부의 우를 범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적폐를 빙자해서 보복하거나 화풀이하는 행위는 철저히 금해야 한다. 주관의 감정에 기초하거나 여론몰이에 이끌려 다니는 그릇된 적폐청산도 피해야 한다. 또 다른 적폐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보통 적폐청산은 권력의 주체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권력자가 자신의 적폐를 먼저 살피고 적폐를 구별할 때 객관화해야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적폐청산은 권력자에게는 손쉽게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예리한 무기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확정된 적폐까지도 되돌아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진정한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스스로 적폐를 정의하고, 스스로 청산하는 전략'이 실현돼야 한다. 언론, 국방, 교육, 사회 각 분야에서 진행되는 적폐청산은 새로운 사회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방법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정부와 법에 의해 시행되는 방식은 일시일 뿐만 아니라 시행착오에 의해 부작용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좀 더 안전하고 바람직한 적폐청산을 위해 언론인, 법조인, 교육자, 공무원, 군인이 자신의 부정 요소를 스스로 정리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누구보다도 자신의 더러움은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개인도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개인의 적폐청산 없이 조직과 사회의 깨끗함을 기대할 수는 없다.

성경에 간음한 여인을 향해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이 여인을 돌로 치라”라는 예수의 말씀이 있다. 적폐청산이 자신의 억울한 과거를 앙갚음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기보다는 새로운 미래 건설에 가장 유효적절한 포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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