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준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했다. 앞으로 이 의장은 집단 내 대규모 거래, 주요 관계인 주식 거래 현황 등을 일일이 공시하고 감시를 받아야 한다.
정부가 대기업집단 보유 자산 규모를 기존의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올리면서 생긴 준법 감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련한 이른바 공시대상기업집단 규정에 처음으로 적용됐으며, 이 의장은 얼떨결에 총수가 됐다.
공정위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네이버도 사업 확장 과정을 밟아 성장했고, 충분히 자산을 키웠으니 일정 수준의 감시 기준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벤처 태생 기업이라 해서 꼭 다른 보호 기준이나 특혜를 받아야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분명히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네이버는 1999년에 창업한, 20년도 안된 신출내기 기업이다. 다른 대기업집단은 2·3대를 거치면서 부침을 겪으며 상속돼 온 기업인 반면에 네이버는 30년 이내 창업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 증시 시가총액 10위 안에 들어 있는 기업이다.
자연히 기업 지배 구조도 벤처 투자와 코스닥 상장,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등을 거치면서 가장 투명하게 유지되는 등 이 의장의 개인 의지로는 움직일 수 없는 회사로 컸다.
한때 이 의장과 사생결단의 시장 경쟁을 펼치던 이재웅 전 다음 대표가 얼마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가 과감하게 네이버 같은 지배 구조를 갖추고 투명한 회사를 만들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서 관리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앞으로 다른 벤처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을 지속해서 지배 구조 개선으로 끌어낼 좋은 메시지일 것”이라며 탄원에 가까운 마음을 피력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창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일로이지만 20년째 네이버 같은 회사는 우리나라에 나오지 않고 있다. 성장 통로가 막힌 것도 있지만 여전히 정해진 틀에 옭아매려는 낡은 제도가 제2·3의 네이버 탄생을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총수 지정은 수많은 창업자를 위해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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