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내에 수립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국회에서 높은 문턱에 부딪힐 전망이다. 여야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지난 1일 시작된 정기국회는 시작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여당은 과거 전력수급계획 수립시 수요예측이 과도해 원자력, 석탄발전 공급이 증가했다고 보고 현실적 수요 파악을 주문했다. 신재생,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의 에너지전환 계획을 강조했다. 야권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탈원전 공약 실행을 위해 당정이 무리수를 뒀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수요를 예측해 송배전설비 계획을 담는다. 전력당국은 올해 말 8차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 일시중단을 시작으로 탈원전 정책을 이행하면서 8차 수급계획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원자력, 석탄발전 중심의 공급확대 기조가 뚜렷했다. 문재인 정부는 8차 계획에서는 원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 LNG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민주당은 탈원전 태스크포스(TF) 등 당정협의체를 중심으로 에너지전환 당위성을 알리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전력수급계획 관련 과도한 수요예측을 피하고 신재생·LNG발전 확대방안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수요관리자원 활성화·확대 필요성도 강조한다. 그동안 과도한 수요예측으로 안전·환경편익을 따지지 않고 원자력, 석탄 등 기저발전 공급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대정부 질문 TF팀장인 이훈 의원실 관계자는 “탈원전과 관련해 8차 전력수급계획이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설비 예비율 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성장률 등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더 타이트한 공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여당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전력다소비업종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예측보다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수요관리자원 활용도를 높인다면 전력 소비를 더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수급불안,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우려했다. 신재생 확대로 인한 전력 계통불안정성이 커지고, 장기 LNG 확보 방안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수요예측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경제성장률이 지나치게 낮고, 4차 산업혁명 관련 수요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채익 한국당 의원은 “전력당국이 수요예측과 예비율을 낮게 잡았다. 일방적으로 원전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 먼저 신재생 등 대체 공급을 늘린 뒤 줄이는 것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고 전기차, 데이터센터 관련 전력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데 수요를 과소 예측하는 것이 맞느냐”고 지적했다.
여야가 시각 차이를 드러낸 가운데 이를 조율할 정기국회 일정마저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 논란으로 인해 사실상 중단됐다. 현재로서는 여야가 협의해 조정안을 마련할 기회를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