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기본부터 다시 세우자]<3>'백약이 무효' 인수합병(M&A), 중간회수시장 활성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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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창업이 양적으로 늘었지만, 질적으로 성장하지 않고 있다. 창업과 재투자를 잇는 인수합병(M&A) 등 중간회수시장은 '백약이 무효'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31일 벤처캐피털 전문 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현재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평가받는 유니콘 스타트업이 105개가 있다.

미국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새로운 유니콘 스타트업 12개가 나왔다. 헬스케어, 사이버 보안, 데이터 관리 등 다양한 기업이 등장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쿠팡, 배달의민족, CJ게임즈 외 새로운 유니콘 스타트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의 창업활성화 정책으로 기업 숫자는 늘었지만 급성장하는 기업은 점점 더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벤처창업 활성화에는 원활한 투자회수 시장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진국은 혁신창업과 투자와 성장, 중간회수시장과 재투자가 잘 작동하는 시장이다.

문제는 정부가 주도하는 창업과 투자는 이뤄지지만, 중간회수시장은 거의 작동하지 않는데 있다. 벤처기업 평균 기업공개(IPO)에 이르는 시간이 평균 10년이 넘는데, 이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2배 수준이다. 코스닥 상장 이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M&A를 통한 회수비율은 2014년 2.1%에서 2015년 1.5%로 2016년 3.1%로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반면 미국은 약 80%가 M&A로 회수하며, 유럽도 10%에 이른다.

비상장기업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벤처기업협회 각각 코리아스타트업마켓(KSM), K-OTC(프리보드)시장, M&A거래정보망 등을 운영하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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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증권회사 등 자본시장 등 민간 자금지원도 융자와 같은 대출위주로 공급돼 모험자본 공급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모태펀드 등을 통한 마중물을 부었지만, 시장을 통한 중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삼성, 한화, 롯데 등이 내부 벤처창업 프로그램과 액셀러레이터 설립 등에 나섰으나 국내 스타트업 인수합병 성공사례는 드물다. 대기업집단 소유규제 및 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법률적 문제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중간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세제 혜택 등을 강화해야 한다. 비상장기업 주식 매매 과정에서 가치평가와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기업의 상장시 일반 주주나 직원 부담해야 할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관련 업계는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를 코스닥 시장 활성화로 꼽는다. 코스닥 시장을 분리해 창업기업의 자금조달 및 회수시장으로 정체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또 세컨더리펀드에 정책 자금 배정확대와 M&A 활성화를 통해 회수시장을 전면 개편도 필요하다.

M&A 회수시장은 정부가 가장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분야다. 통계도 불분명하고, 국내 M&A거래 대부분은 외국계 투자은행(IB) 또는 회계 법인이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M&A지원센터를 확대 개편하며 M&A 희망 기업과 자문기관의 등록이 늘었지만 시장 활성화에는 정부와 시장 참여 모두 부족한 실정이다. 벤처캐피털협회가 운영하는 M&A 거래정보망에는 올해 들어 총 350건의 신규 M&A 희망 기업이 신규 등록했다.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은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술혁신형 M&A시 매수기업의 법인세 공제율을 확대하는 등 실질적 세제혜택을 통해 적극적 M&A를 유도해야 한다”며 “M&A전용펀드 확대 등으로 벤처투자자 유동성을 지원해 M&A를 통한 중간회수시장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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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 회수유형별 비중 추이 <자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또 업계에서는 성공적인 M&A를 경험하고, 풍부한 기업 네트워크를 가진 전문가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금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빠른 성장을 위해 외부 혁신을 받아들이는 문화를 키우는 것을 널리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은 “해외 VC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가 벽에 부딪히거나 딜이 필요하면 네트워크를 통해 구글이나 애플의 중역에게 이야기하거나 다른 스타트업이 나서서 인수하도록 하는 역량이 있다”며 “구글이 창시 이래 지금까지 한 주요 M&A는 200회가 된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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