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심 재판]불확실성 커진 삼성...사령탑 부재사태 지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법원으로부터 5년 실형 유죄 선고를 받았다. 삼성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사령탑 부재' 사태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층 더 커진 셈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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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활발히 굴러가던 M&A(인수·합병)의 수레바퀴가 멈춰 섰다. 삼성전자는 2015년 3건, 지난해엔 6건의 주요 M&A가 있었지만 올해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재계에서는 변화 속도가 특히 빠른 IT 업계에서 이런 전략적 의사결정의 부재가 장기화하면 기업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커넥티드 카 등 첨단 기술 패권을 두고 펼쳐지는 치열한 기업 간 전장에서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재판에 따른) 이 부회장 운명은 삼성 제국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총수 공백이 길어지면 스마트폰에서 테마파크, 바이오 의약품을 아우르는 거대기업에 리더십 공백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의 해외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경영활동도 공백기가 연장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등과 만나 교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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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개인적 인맥을 활용한 경영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이런 인맥 자산도 당분간 활용할 수 없게 됐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미전실)마저 해체됐다는 점은 총수 부재 리스크를 더 키우는 요소다.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책임 소재가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과거에는 미전실이 주요 의사결정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대형 M&A나 그룹의 미래 전략 수립, 사장단 인사, 계열사 간 역할 조정 및 경영 진단 등 그룹 살림을 거시적으로 살피고 결정할 사령탑이 부재한 것이다.

사장단 인사도 2년 연속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삼성 그룹은 지난해 11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며 통상 12월에 하던 사장단 인사를 건너뛰었다.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 등 일정을 고려하면 올해 12월에도 사장단 인사는 힘들다는 게 삼성 안팎의 시각이다.

그룹의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비핵심 분야는 정리하는 사업구조 개편도 언제 재개될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방위산업·화학 분야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사업 재편에 집중해왔지만 이 역시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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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데다 총수마저 자리를 비우면서 앞으로도 한동안 가동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유죄 판결이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평판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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