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이 장기 차원에서 광물 자원의 안정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대당 구리 38㎏, 니켈 8~44㎏, 리튬 10~50㎏, 코발트 2~10㎏ 등 금속이 사용된다. 광물 자원의 안정 확보는 전기차와 배터리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꼽힌다.
광물 자원 확보에 가장 활발한 나라는 중국이다. 세계 최대 리튬 광산인 호주 탤리슨 광산의 경영권은 지난 2014년 중국 톈치에 넘어갔다. 간펑리튬은 호주 리튬 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최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는 칠레 리튬 광산 지분 매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토요타통상이 지난 2011년 호주 광산 기업 오로코브레와 리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공동 설립했다. 올라로스 광구는 2015년에 완공된 이후 점차 생산량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시기에 리튬 생산을 검토했지만 실제 개발 단계까지 들어서지 못하고 사업을 포기했다. 당시에도 전기차 시장 개화 기대감으로 리튬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실제 수요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시장이 급랭해지면서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최근 수요가 현실화되면서 다시 원재료 확보 중요성이 지적되지만 실제 움직임은 그리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투자 리스크에 대한 학습 효과 때문에 정부도 기업도 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불과 3~4년 전만 해도 리튬 가격이 낮아서 신규 업체가 진입해 수익을 내기 어려웠지만 최근 리튬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신규 업체 진입이 다소 쉬워졌고, 시장 수요도 과거와 달리 충분히 현실적인 기대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원 개발 투자를 위해서는 다양한 기업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정부의 조정 기능 강화도 과제로 지적된다.
한국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투자비가 최소 몇 억달러 들어가는 광산 개발을 어느 한 업체가 홀로 진행하기에는 너무 많은 리스크가 있다”면서 “세계 굴지의 배터리 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LG상사·삼성물산 같은 상사 계열사를 두고 있고, 여기에 소재 업체들과 실수요자인 자동차 제조사들도 적극 나서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광물자원공사도 지난 몇년 간 해외 자원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리튬 생산에 관심이 있는 업체에 컨설팅 역할을 해 주고 있다”면서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5대 핵심 광물 자원으로 리튬, 코발트, 망간, 니켈, 텅스텐을 선정하고 도시광산 산업 육성과 희유금속 민간 대여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미있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2월 포스코가 전남 광양제철소 내에 탄산리튬 생산 공장을 가동하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리튬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폐기된 배터리에서 리튬을 뽑아내 상용화하는 것으로 실제 광산 개발을 통한 생산과는 차이가 있지만 리튬 생산 공정에 대한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가능성 있는 시도로 분석된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