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28>일하는 장관, 공부하는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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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사청문회는 언제나 시끄럽다. 도덕성 시비도 난무한다. 정책 검증 또한 치열하다. 그래도 국민들 앞에서 쓸모 있는 약속 몇 개라도 하게 한 것은 크나큰 수확이다. 수비하던 청문 당사자들도 공격하던 국회의원들도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청문회를 통과한 장관들은 부처 정책의 이해, 시행, 평가를 시작으로 청문회에서 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도덕성 시비로 당한 창피도 만회하려면 촌음도 지체할 수 없다. 국회의원도 전문가 안목으로 청문회의 약속이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할 것이 많다. 4차 산업혁명과 세계 정세의 급격한 변화, 럭비공 같은 경제 움직임 등이 만드는 불확실한 미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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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간 행사에서도 장관과 국회의원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는 것도 지루한데 서로의 이름을 불러 가며 감사 인사까지 잊지 않는다. 5분 정도의 축사를 위해 교통 체증을 감수하며 행사장까지 와야 하는 그들도 딱하지만 지루한 축사를 듣는 참석자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부하 직원이 써 준 축사를 읽는 이도 충분한 지식으로 달변을 내뿜는 이도 우스갯소리로 좌중을 휘어잡는 이도 있지만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달려온 현실은 같다.

2011년 스웨덴 혁신청(Vinova) 초청으로 스웨덴 공직자에게 강의한 적이 있다. 세계 혁신 순위 1위 국가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도 인상 깊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하는 청장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축사를 하고 황급히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우리나라 국회의장의 뒷모습과 비교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폼 잡는 행사 참석보다는 실속있는 정책 연구 및 시행으로 국민을 섬길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꼭 축사가 필요하다면 4차 산업혁명이 제공하는 원격 축사면 충분할 것이다.

한 정보통신기술(ICT) 부처의 차관이 연구원, 기업인, 학자들과 매주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모임을 100여차례 갖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때마다 관련 공무원들이 동참해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은 무척 인상 깊었다. 참석자들은 대기업 회장도 협회 임원도 아닌 평범한 전문가들이었기에 현장의 땀 흘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교육 미래의 발전을 위해 국장, 과장, 사무관들이 새벽에 모여서 현장과 소통하는 모임도 있다. 한 국가를 선도할 지도자들은 이제 간부의 보고 한마디에 의존해 '감 잡기'보다는 부처의 실무진과 둘러 앉아 정책을 이야기하고, 기업의 담당자와 교류하는 소통의 마당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배우지 않으면 '아는 일만 하는 편협한 지도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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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습을 폐기할 수 있는 주체는 국민이다. 장관과 국회의원에게 행사로 시간을 강탈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동향, 동창 등의 관계를 기반으로 폼 잡는 지도자보다는 일하고 공부하는 지도자를 찾아 지원해야 한다. 이제는 장관에게 경비 사용 공개를 요구하기 전에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묻기 전에 얼마나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민생을 판단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지능정보사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매체가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끼리끼리의 패거리 정치나 폼 잡는 형식에 그치는 일상은 마무리하고 질 높은 행정과 정치를 세우기 위해 새로운 관습 문화를 창출할 때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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