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반나절 만에 시간당 1만 계좌 유입...금융산업 전반 메기효과 기대
카카오뱅크가 서비스 시작 반나절 만에 시간당 1만 계좌를 유입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케이뱅크보다 빠른 속도다. 기존의 시중은행 이용자가 카카오뱅크로 대거 움직였다. 금융 산업 전반에 걸친 메기 효과가 기대된다.
27일 카카오뱅크는 신규 계좌 개설 수 18만7000건(오후 7시 기준), 앱다운로드 33만5000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여신(대출)은 145억원, 수신(예·적금)은 426억원이 몰렸다. 시간당 1만5000계좌가 유입된 셈이다.
이에 앞서 시장에 진출한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서비스 첫날 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수신 계좌 1만5317개(당시 잠정 집계)를 개설한 것과 비교하면 카카오뱅크 유입 속도가 훨씬 빠르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7시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민메신저 카카오톡과 연계돼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서비스 개시 이전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 서비스가 시작된 지 1시간 만에 트래픽이 몰려 서비스 이용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공식 출범식을 갖고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불편함이 카카오뱅크를 탄생시켰다”고 출범 배경을 밝혔다. 이 대표는 “약 2년 동안 카카오와 금융권, DNA가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은행을 준비했다”면서 “금융권에선 '이건 상식'이라고 말하는 것에 정보통신기술(ICT)은 '이게 말이 돼?'라고 묻는 등 전혀 다른 생각을 해 오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부도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 혁신 지원을 위한 특별법 등을 통해 정보기술(IT)이 금융에 이식될 수 있도록 유관 법·제도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인허가 제도 전반을 개선하는 등 금융 산업 진입 문턱을 낮추는 등 카카오뱅크 같은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 촉진을 약속했다.
최 위원장은 “빅데이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권의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비식별 조치 활용 규제 등도 정비하겠다”고 부연했다.
카카오뱅크는 저렴한 해외 송금, 빅데이터 기반 신용 평가, 인공지능(AI) 금융 비서 금융봇 등으로 IT 연관 분야에서 약 1800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등 '생산형 금융'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각 당의 국회의원들도 출범식에 참석, 은산분리 완화 등에 국회가 협력 파트너로 적극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은 인터넷전문은행 같은 산업이 발전해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라면서 “국회에서 다수 논쟁이 있어도 시대 흐름에 맞는 입법을 하고 규제를 철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역설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도 새로운 경쟁 체제가 형성됐다”면서 “기존 은행이 수수료와 담보를 잡아 예대 마진으로 전당포식 영업을 해 왔는데 인터넷은행 등장으로 큰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카카오뱅크가 기존과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 국민에게 기쁨을 주고 정말 카카오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면 국회에서도 법 개정 논의도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일부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윤호영 공동대표는 “약 10만명의 고객이 동시에 접속해도 내부 시스템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대비한다고 했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수수료 제로화 계획과 관련해서는 “올해 말까지 각종 수수료를 면제했지만 내년에도 이를 유지할지는 다시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증자 계획과 케이뱅크처럼 대출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은산 분리가 완화되지 않아도 증자를 할 수 있도록 주주사와 의견을 모은 상태”라면서 “대출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카카오페이 등 계열사 간 협업과 관련해서는 “수신과 여신, 환전, 송금, 카드 사업 등이 먼저 안착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현재로선 카카오 계열사와의 협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