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트위지' 국내생산 초읽기...한국 전기차 생산·테스트베드로 부상

프랑스 르노가 초소형 전기자동차 '트위지((Twizy)'의 한국 생산 초읽기에 들어갔다. 르노삼성 부산 생산공장이 아니라 별도의 업체를 선정, 외주를 맡기는 방식이다.

트위지가 국내 시장에서 기대치가 높은 데다 현지 생산으로 물류·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공급 물량 안정까지 고려한 조치다. 앞으로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 거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종합 계산이 깔렸다.

르노뿐만 아니라 베이징모터스 등 다수의 중국 전기차 업체도 한국 생산을 타진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전기차 산업 메카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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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국 출시한 르노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Twizy)'.

23일 업계에 따르면 에릭 푼툰 르노 전기차·배터리 사업부 총괄을 대표로 한 방문단이 최근 국내 외주 생산업체 선정 작업을 앞두고 한국 기업 현지 실사를 진행했다. 르노삼성이 르노 본사에 트위지 현지 생산을 제안한지 약 4개월 만이다. 실사단은 반제품조립방식(SKD) 생산이 가능한 업체 방문과 정부 정책 등 시장 현황 전반을 점검했다. 계획대로면 올 하반기 공개 입찰을 통해 트위지 전담 생산 업체 선정 후 2018년 물량부터 한국산 트위지를 시장에 투입하게 된다.

트위지 한국 생산으로 르노삼성 전기차 분야 경쟁력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 배터리 등 다수의 부품 수급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에어컨, 히터가 없는 트위지의 단점을 현지화로 보완할 수 있다.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생산된 트위지 수입에 따른 물류비도 줄이면서 안정된 물량 확보도 가능하다. 여기에 2014년 'SM3 Z.E.' 출시 이후 신차를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주력 전기차 판매 모델을 추가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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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Twizy)'.

르노삼성 관계자는 “불과 한두 달 만에 트위지 계약자가 1200명을 넘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면서 “물류 등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트위지 생산 현지화의 필요성을 본사도 공감한 상황이지만 아직 최종 결정이 이뤄진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트위지는 2012년 출시 이후 유럽 위주로 일반 가정 세컨드카뿐만 아니라 카셰어링·공공 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 2만대 이상 판매된 인기 차다. 트위지 한국 판매 가격은 1500만원대로, 정부 보조금(578만원)과 지방자치단체(124만~500만원) 추가 지원금을 합치면 500만~800만원 선에서 구매할 수 있다.

르노 이외에 베이징모터스 등 복수의 해외 전기차 제조사들이 국내 생산을 타진하고 있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대부분 한국 판매용이다. 국내에 전기차 생산 노하우가 쌓이고 관련 부품 산업이 성장한다면 한국이 전기차의 주요 수출 기지화 진행 모습도 기대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삼성SDI와 LG화학 등 배터리에 강점이 있고, 지형상 다양한 전기차 테스트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베이징모터스가 전기트럭·전기버스의 한국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E사 등도 한국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르노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한국 현지 생산을 타진하는 전기차 업체가 늘고 있다”면서 “부품 수급 등 완성품 경쟁력도 높고, 전기차 생산과 활용에서 한국만한 테스트베드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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