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국내 출시 예정이던 구글 안드로이드페이가 여러 난관에 봉착하며 '딜레마'에 빠졌다. 협력카드사 전산 연동을 추진 중이지만, 해외카드사의 보안토큰 차용 문제와 국내 전용카드 사용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출시 일정도 몇 번이나 연기됐다. 한국에 출시되더라도 파급력은 미미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 신한카드 등이 안드로이드페이 전산 연동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보안 강화를 위한 토큰 적용을 놓고 국내 카드사와 해외카드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토큰화(Tokenization)는 신용카드 정보를 난수로 이뤄진 암호로 변환, 저장함으로써 해당 카드 정보가 유출돼도 부정사용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이다.
구글 안드로이드페이가 한국에 진출해도 국내 전용 카드는 이용을 할 수 없고, 비자, 마스터 등 해외겸용카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결제 수수료 문제 등으로 국내 카드사는 해외 겸용카드 대신 로컬 전용 카드 발급을 늘리는 추세다. 구글 안드로이드페이 활용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 협력 카드사 관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페이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해도, 로컬 카드 사용이 안되기 때문에 기존 삼성페이나 LG페이의 범용성에는 한참 못미칠 것”이라며 “협력 카드사들도 여러 페이 중 하나 정도로 생각할 뿐, 구글 안드로이드페이의 향후 영향력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보안토큰 사용료를 둘러싼 국내와 해외카드사 간 갈등도 풀리지 않고 있다.
국내 카드사는 비자, 마스터카드의 보안토큰 영구 무료화를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해외 카드사는 일단 초기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후 유료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카드사는 자신들의 보안토큰이 적용되면 한국에서 토큰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고, 자사망을 통한 겸용카드만 사용할 수 있다. 또 겸용카드 발급 수수료 증가와 보안토큰을 통한 장악력 확대도 꾀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카드사는 해외 카드사에 비해 얻는 혜택이 거의 없다. 이미 제휴카드에 대한 고액의 수수료를 받아가는데다가 보안 토큰 사용료까지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소비자가 국내서만 카드를 사용하고 빠져나가는 해외 브랜드카드 제휴 로열티만 1년에 1000억원이 넘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