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PS 프로젝트 시행 초읽기...구글·페이스북·블리자드 대응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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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PS 프로젝트에 합류한 국가가 올해 4월 96곳에서 이달 5일 기준 101곳으로 늘었다.(사진=OECD 홈페이지 캡쳐)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시도를 원천 차단하는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규제안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의 국제 공조가 이뤄지는 셈이다. OECD 회원 100여개 국에서 영업 활동을 펼치는 글로벌 기업은 올 12월 31일까지 BEPS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유한회사의 수익 구조 공개 여부가 관심사다.

5일 기획재정부와 세무업계에 따르면 BEPS 방지 프로젝트가 올해 말 가동에 들어간다. 이에 앞서 OECD는 국제사회의 조세 회피 방지책 마련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BEPS 규제안은 2015년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승인했다. 한국 정부도 BEPS 대응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지난달 말 기준 세계 100여개 나라가 동참했다. 이에 따라 해외에 1곳 이상 법인을 설립한 다국적 기업은 해당 국가 국세청에 BEPS 보고서를 내야 한다.

12월 결산법인은 올해 말까지 세 종류의 BEPS 보고서를 국세청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보고서 건당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물론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블리자드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이 순순히 BEPS 보고서를 제출할 지는 미지수다.

보고서는 세 종류다. OECD는 먼저 국가별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에 작성 의무가 부과된다. 나머지 개별·통합 기업의 보고서는 각 국가가 접수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매출 1000억원, 국외 특수관계인과 연간 거래 금액 500억원 초과 다국적 기업의 국내 사업장을 기준으로 정했다.

국가별 보고서 제출 대상 기업은 모회사 매출액을 기준으로 판정한다. 삼성·LG·SK·현대는 물론 구글, 페이스북, 블리자드 등 1000여곳이 포함될 전망이다. 국가별 보고서를 통해 해당 기업의 나라별 이익률을 볼 수 있다. 개별·통합 기업 보고서는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가 한 해 동안 벌인 사업을 하나하나 살필 수 있다. OECD 원칙상 보고서를 근거로 당장 세금을 물릴 순 없지만 추후 세무조사 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의 다수 외국계 기업은 유한회사 형태로 법인을 설립해 왔다. 얼마나 벌었는지 가늠할 방법이 없었다. 유한회사는 매출이나 세금 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BEPS 보고서를 통해 수익 구조를 살펴볼 길이 열린 셈이다.

다만 변수가 있다. 특수관계인과 거래액은 업종별로 차이가 크다. 제조업보다 온라인 기업일수록 금액이 적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해외 본사에서 직접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물건을 팔면서 중개 역할만 맡기게 되면 국내 사업장의 매출은 물론 특수관계인 거래액도 많지 않을 수 있다. 내부 거래 규모를 탄력 조정하기에도 온라인 기업이 유리하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 기업 가운데 외형에 비해 특수관계인의 거래 금액이 적은 때가 많다”면서 “온라인 기업일수록 대상에서 빠질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기재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가 빠르게 제도를 도입한 편이어서 당장은 비교 대상 국가조차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국가별 현황이 드러나면 손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도 “기준을 높이게 되면 납세 협력 비용이 증가하는 등 반대급부가 뒤따른다”면서 “도입 첫 해인 올해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성수 법무법인 앙재 변호사는 “벌써 일부 국가는 1억원만 넘어도 BEPS 보고서를 내도록 했다”면서 “아직은 관련 기준이 나라별로 천차만별이지만 상호 협의를 통해 차이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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